사진/ 김의환 주뉴욕 총영사가 지난 15일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에서 주뉴욕총영사관, 광복회 뉴욕지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에서 복회 기념사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기념사”라며 발끈했다. 연합뉴스, 한겨레
지난 15일(목)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미주 전역에서도 개최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뉴욕 광복회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하자 김의환 뉴욕총영사가 “저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라며 공개적으로 발끈했다.
김의환 총영사의 ‘말같지도 않은 이야기’란 대한민국 광복회 뉴욕지회장의 이종찬 광복회장 광복절 기념사를 두고 한말이다.
개인적 정치성향은 다를 수 있다. 광복절에 대한 인식도 기존 역사관과 다를 수 있다. 누구나 정치성향은 다르며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개인의 선택이다. 김의환 총영사가 스스로 뉴라이트라고 커밍아웃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수 있다. 현 윤석열 정부에서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거 발탁되고 있으니 별반 이상할 것도 없다.
여기서 잠깐 광복회가 정한 뉴라이트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위안부나 징용을 ‘자발적이었다’고 강변하며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을 일본이라고 주장한다. 또 4.19 혁명으로 쫒겨난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대통령’이라고 칭하며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며 임시정부법통을 계승 부인과 독립운동가를 테러리스트”라 말한다.
외교부를 대표하는 공관장이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에 독립유공자 및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기념사를 공개 비난한 것은 다른 문제다.
김의환 총영사가 뉴라이트건 아니건 개인적 정치성을 드러낼 수 있다. 사적인 자리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광복회의 공식 기념사를 두고 “저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라며 광복절 기념식에서 광복회 기념사를 비난한 것은 큰 문제다. 속으로 삼켜도 될 말을 입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의 언어는 더이상 그의 것이 아니다.
총영사가 광복절 기념식이라는 국가행사에 참석해 독립운동 후손들을 향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총영사의 업무는 지역사회 한인들을 가르치는 거나 다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민업무와 외교,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이다. 한인사회를 갈라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뉴욕에서 임기 3년 머물다 떠나면 그만인 공무원에 불과하다.
이종찬 회장의 기념사가 무엇이었길래 김의환 총영사가 발끈했나 살펴본다. 건국절에 대한 비판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뉴라이트 쪽의 건국절 주장을 비판했다.
또 “건국절을 만들면 모든 것은 이승만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씌워주는 것 단 하나로 우리는 실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며 “일제강점을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돼 일제강점을 규탄할 수도 없고 침략을 물리치는 투쟁도 무의미하고 허망하게 되고 만다. 안타깝게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한다. 보수의 진정한 출발은 진실된 역사에 굳건히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대표적인 보수인사로 꼽힌다. 지난 대선당시 윤석열 후보를 공개지지 했다. 광복회가 아니더라도 진정한 보수의 가치는 국익우선이다. 한국의 보수는 숭일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한국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며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이종찬 회장이 “보수의 진정한 출발은 진실된 역사에 굳건히 받아 들이는 일”이라고 한 것과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한다”는 것은 소위 보수라고 칭하면서도 대한민국의 국익과 올바른 역사가 우선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이 회장의 이같은 기념사에 뉴욕 총영사는 “일본의 식민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역사를 냉정하게 분석하자”고 한다. 이는 우리가 잘못해서 식민지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조선인이 잘못해 식민지가 된 것이지 일본의 침략이 아니며 일제 덕분에 조선 경제가 좋아졌다는 매국적 논리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한다.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시기, 일본의 침략으로 대한제국은 망했고 우리 국민은 주권을 잃었다. 하지만 핍박과 억압에도 우리의 선조들은 임시정부를 통해 정부를 조직하고 독립운동을 펼쳐왔다. 따라서 1948년을 건국절로 인정할 경우 임시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자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부정이다.
임시정부를 부정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친일파 후손들의 친일 역사 미화를 통한 ‘신분세탁’이 답이라 본다. 나라를 팔고, 일본에 빌붙어 이권을 얻어내고 그렇게 부를 축적해 자자손손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으나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독립투사들을 테러리스트, 빨갱이, 공산당으로 내몰아야 자신의 과거를 세탁할 수 있기 때문.
미주 한인이민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미주 한인사회의 독립운동역사다. 1909년 미주 한인단체인 공립협회와 합성협회가 통합해 민족운동단체인 국민회를 결성했다. 독립운동 군자금을 보내는 등 고향땅이 일제의 침탈에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남의 나라에서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도 ‘조선의 독립’은 버릴수 없는, 무시할 수 없는 가치였다.
건국절 주장에 동조하며 부화뇌동하는 미주 한인들도 많다. 그들은 그것이 미주한인이민사 속 독립운동역사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일본이 미국에 항복을 선언한 뒤 3년간의 미군정을 지나 이승만 대통령이 초대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독립투사들이 흘린 피로 만든 임시정부가 미군정 이후 초대 대통령이 나올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안미향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