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는 유틸리티 지원프로그램(federal utility assistance program)을 통해 저소득층의 난방 및 냉방 요금을 지불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유틸리티 지원프로그램이 미 북부 추운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텍사스를 포함한 미 남부 지역은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열관련 질환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연방 유틸리티 프로그램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더위가 기후관련 사망의 주요 원인이며 기후변화로 인해 미 남부지역 폭염의 정도가 강해지고 있지만 유틸리티 프로그램은 여전히 더위보다 추위에 더 집중되어 있는 점을 지적한다.
빈곤선 이하의 저소득층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폭등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지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 남부 산 엘리사리오 지역은 목화재배가 주요산업이며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역이다. 산 엘리사리오는 인구의 30%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이어가고 폭염에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인구도 늘어난다.
저소득 가정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LIHEAP)은 겨울에는 난방을, 여름에는 에어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연방 정부가 마련한 해결책이 있지만 추운지역에 비해 냉방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연방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유틸리티 프로그램 자금이 텍사스와 플로리다, 애리조나와 같은 더운 지역 거주민을 위해 자금운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틸리티 프로그램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 에너지 위기 이후 난방 연료유 비용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조지타운 대학교에 따르면 텍사스 저소득 주민의 난방 및 냉방비용 지원은 7.6%에 불과한데 비해 미네소타와 같은 북부 지역의 난방에는 23%를 지원하고 있다.
텍사스는 주정부 차원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연방 프로그램에 주정부 예산을 추가하는 북부 추운 지역과 달리 텍사스 주정부는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고 있다. 텍사스는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한도 내에서 조건이 맞는 소수에게만 지원하고 있다. 텍사스 엘파소의 프로젝트 브라보(Project BRAVO)가 연방예산을 수령한 뒤 가구는 연방 빈곤 수준의 150% 이하인 4인가족 소득 46,800달러 미만일 경우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지원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서 모두가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전국적으로도 자격이 되는 6가구중 1가구만이 일정 부분 지원을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운지역과 더운지역에 대한 지원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에 대해 전국 에너지 지원협회의 마크 울프 이사는 “규칙이 온도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피해를 막기 위해 각 주에 냉방지원을 권장하고 있지만 구속력은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지침만으로는 주정부를 움직이게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애리조나 대학교 도시계획과에 따르면 애리조나 마리코파 카운티에서 지난해에만 600명 이상이 열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도시계획과 패트리샤 솔리스는 “열은 살인자”라며 “우리는 기후온난화로 인한 폭염에 대비해야 하며 국가 시스템도 이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연방 유틸리티 프로그램이 50개주에 공평하게 지원하도록 재비치해야 한다”면 전국을 황폐화하는 폭염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