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대만발 세미나, 뚜껑 열어보니 ‘참담’

쿠팡, 준비도 성의도 없는 세미나에 ‘동문서답’ 답변까지

한국시각으로는 7일(수) 낮, 달라스 시각 6일(화) 밤 9시에 온라인으로 세미나가 열렸다. 달라스 한인상공회와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카운티와 산타클라라 한인상공회의소의 임원들과 회원들 90여명이 줌(Zoom)에서 만났다. 쿠팡과의 세미나 때문이다.

쿠팡은 최근 가장 ‘핫’한 기업이다. 설립한 지 10년만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누적적자만 5조원에 육박하지만 미국에 안정적으로 상장했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삼성에 이어 한국 2위 기업으로 올랐다.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회사로 미국 증시 무대에 화려하게 등판한 쿠팡 주가는 공모가보다 40.7%가 오른 49.25달러로 시가총액이 886억 5,000만 달러나 된다. 이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를 제친 기록이다. 제계에서 말하는 시가총액이란 주가와 발행하는 주식수를 곱한 것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한국의 유통업계에서 거대공룡이 된 쿠팡과 미주 한인 상공인들과의 세미나! 사업을 운영하는 한인들에게 큰 관심이었다.

달라스에서도 30여명의 상공인들이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미주 최대 한인사회규모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오렌지카운티와 산타클라라 지역의 상공인들이 참석, 한인상공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매우 기대되는’ 세미나로 출발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참담했다.

세미나는 기존에 수차례 사용했을 법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보여주며 시종일관 ‘판매자 영입을 위한 세일즈’일 뿐이었다. 굳이 시간을 내 세미나를 하지 않아도 쿠팡 홈페이지를 통해 셀러 등록 문의만 하면 알 수 있는 ‘뻔한’ 영업이 이어졌다. 물론 미국에서 한국시장 진출하는데 발판이 되어 주겠다는 의미는 좋다. 또 세미나 제목처럼 ‘쿠팡에서 글로벌 셀러되기’에 적합한 셀러 등록을 위한 과정 설명과 수익 창출 관련 설명은 들어 있어 세미나의 기사화는 가능했다.

하지만 쿠팡측의 미주 한인상공인들에 대한 어떠한 사전준비도 노력도 하지 않은 모습은 세미나가 진행되는 한시간 내내 노출됐다. 세미나에서 쿠팡을 대표한 어카운트 매니저는 기자의 질문에 ‘동문서답’도 아닌 답변 자체를 못했다.

디지털 마케팅으로 성공한 쿠팡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 노하우가 무엇이며 온라인 시장이 거대해지는 상황에서 미주 한인상공인들에게 어떤 것을 조언해줄 수 있느냐 물었지만 답을 못한다. IT솔루션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전혀 답을 못했다. IT 솔루션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 것일까 싶을 정도였다.

그저 셀러가 되면 “배송을 빠르게 해라.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미국제품을 팔아라”만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 쿠팡에 판매자로 등록하면 1:1로 도와주겠다. 쿠팡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위너(쿠팡의 상위랭크 판매자)’를 선점해라. 빠르게 배송하면 매출에 도움이 된다” 등 미주 한인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판매자 확보를 위한 영업만 있는 한시간이 흘렀다.

시장의 성격이 다르고 비즈니스 업종이 다른 환경인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과의 미팅이라면 최소한 상대 비즈니스에 대한 분석과 자료 정도는 준비했어야 했다. 또 기자 참석여부를 몰랐다 해도 질문에 대한 매끄러운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관련 책임자 정도는 세미나에 참석했어야 했다.

세미나에서 발표는 했지만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면 다른 이가 답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기 위해 사전 준비를 얼마나 했을지 안다. 적어도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언제나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달라스와 오렌지 카운티, 산타클라라 한인상공회의소 등 세 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였기에 준비가 잘 된 세미나를 기대했다.

미주 상공인들이 쿠팡의 개발자들과 미팅을 원했던 것도 아니며 테크니컬한 분야에 대해 묻는 것도 아닌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보편적 의미를 ‘쿠팡’은 어떻게 적용 발전시켜왔는지, 그것이 어떻게 쿠팡을 성공으로 이끌었는지가 당장 판매자로서 쿠팡과 계약을 맺는 것만큼 중요한 이슈다.

유통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만큼 겸손도 함께 성장했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인가! 대한민국에서 시가총액 2위에 오른 ‘총수없는 대기업’ 반열에 오르니 미주 한인상공인 정도는 가볍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미주 한인상공인들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새로운 시장을 수십여년에 걸쳐 개척한 선배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안미향 기자

Texa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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