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길거리 단속으로 성폭행 사라지나? … “지난 1년 동안 성폭행 1만 8,000건 ”

성폭행 피해자 “성폭행 범인 추적에 사용되는 레이프키트(rape kits) 사용조차 안하고 있다”

 

사진/ 텍사스 트리뷴

 

강간범 체포에 단서를 제공하는 레이프키트 미사용분 넘쳐나

피해자들 “성폭행 피해소녀들 의료적 도움없이 스스로 낙태 선택할 것” 우려

 

텍사스의 새로운 낙태법 시행 이후 그레그 에봇 주지사의 “강간범을 공격적으로 체포, 기소해 거리에서 쫒아낼 것이다. 텍사스에서 모든 강간범을 제거하기 위해 일할 것”이라는 발언이 성폭행 피해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여성인권보호단체들과 강간피해여성 지원단체 등은 “주지사의 의도는 알겠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말한다.

강간피해자이면서 다른 피해자들을 돕는 라비니아 마스터스 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동안 텍사스에서만 1만 8,000건의 강간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사용되지 않은 레이프키트는 5,000여 개가 넘는다. 그러면 그 동안엔 강간범을 못잡은 건가? 안잡은 것이냐”며 반문했다. 또 “만약 13세 여아가 강간을 당해 임신했다면 그 아기를 낳아야 하는 것이냐?”면서 “임신한 태아의 생명은 소중하고 13세 여아의 건강과 목숨은 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강간피해여성단체에 따르면 10대 소녀의 강간피해사례가 최근 10년동안 급증했다. 특히 12세에서 16세 사이 소녀 피해자들이 늘었다.

성폭행 가해자를 검거하기 위해 물리적 증거를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의료진이 사용하는 레이프키트( rape kits)는 텍사스 주 전체에서 5,000여개 이상이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레이프키트는 피해자로부터 강간과 관련한 증거를 수집한 뒤 범죄수사 및 가해자를 기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 레이프키트를 통해 수집된 DNA증거는 범죄자를 식별하고 잘못 기소된 사람들의 무고를 밝히기도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텍사스 공안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8월 현재 범죄연구소 시스템 내에 1,716개의 키트와 주전역 법 집행기관에 남아있는 3,582개의 미제출 키트를 포함해 총 5,298개의 키트가 사용되지 않았다.

에봇 주지사는 지난 2019년 모든 성폭행 관련 사건에서 레이프키트를 사용, 엄격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라비니아 마스터스 액트라는 법에 서명한 바 있다. 당시 마스터스 씨는 법안서명 현장에 함께 있었고 에봇 주지사의 성폭행피해방지 테스크포스 팀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텍사스주 하원 빅토리아 니브 의원은 “5천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강간피해방지 테스크포스가 진행한 레이프키트 총 1만 9,000개가 사용되지 않았고, 이를 검사할 법의학 수사관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으며 “강간과 근친상간에 대한 예외없음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성폭행 피해자 라비니아 마스터스 씨도 “어린 소녀들이 강간으로 인해 임신하게 되면 의학적 도움없이 스스로 낙태를 시도하게 될 것이고, 결국 강간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시대를 역행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안미향 기자

텍사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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