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아지

텍사스N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소소한 이민가정의 이야기

 

 글  엘리스 From the Wonderland

‘반드시 꼭 갖고 싶은 물건’이라는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물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가방, 화장품, 옷, 생활용품 등 여러가지 물건들에 관심이 많은, 소위 유물론자의 한 사람으로서 디자인이 예쁘거나 품질이 좋거나 가격이 착하거나 아니거나 등등…수많은 물건들에 관한 한  몇 시간 동안이라도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자신이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물건 가운데 자동차에 관해서 만큼은 꼭 갖고 싶은 드림카가 내게는 없었고 지금도 없다. 자동차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운전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너무 낡지만 않고 별 탈없이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면허를 따기 전부터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온 가족이 함께 탈 수 있고 연비도 좋은 미니밴을 선택의 여지없이 탔어야만 했지만 타는 차마다 별다른 애정도 불만도 없었다. 몇년 후에 이런 차를 꼭 살거고 나를 위해서는 또 이러이러한 차를 사 줄 거다하고 남편이 신이 나서 얘기할 때 사겠다는 그 차가 좋은가보다 생각은 하는데 그것 때문에 마음이 들뜨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신혼때 지인의 와이프는 BMW나 벤츠 아니면 안 타겠다해서 그 남편이 사 줄 형편이 되지 않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편이 듣고 와서는 비싼 차를 사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나를 조금은 기특(?)히 여겼던 것 같다. 드림카가 없는 대신 딱히 싫어하는 차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의 나의 차는 링컨 컨티넨탈인데,  탈수록 새록새록 정이 드는 그런 차다. 

어쩌다가 남편이 차를 바꿔타자고 하면, 기분이 별로다. 남편의 차가 내 차보다 더 비싼 것도  알겠고, 운전석과 조수석에 마사지 기능도 있고 해서 럭셔리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운전하려면 편안하지 않고 신경이 많이 쓰이며 에너지가 더 소모되고 주차할때도 좌우를 얼마나 여러번 살펴야 되는지 모른다.

개스는 또 얼마나 꿀꺽꿀꺽 많이 먹는지… 그에 반해 내 차는   편안하고 안정감있는 승차감에다 넉넉한 사이즈의 트렁크는 가게 물건들을 잔뜩 채워도 끄떡없다. 스피커의 세심함이 조금 부족하지만 의젓하고 충직한 소같은 차랄까.

어느날, 소 같은 그 차가 문득 반려견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소와 강아지 두 이미지 사이의  간극이 크긴 한데 어쨌든 그랬다. 어느날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쇼핑을 마치고 차를 타기 위해  다가가니 나를 반기듯 두 눈을 반짝 하고 밝히는 것이다.

마치 ‘어서 오세요, 주인님!’ 하는 것처럼.

동물을 길러 본 적이 없지만, 시동생네가 기르는 개 두마리가 일 년에 몇번 뿐. 자주 보는 것도 아닌데 큰엄마 왔다고  좋아라 이리뛰고 저리뛰며 반겨주고 환영해 줄때의 그 기분을 알고 있는데, 다가설 때 나를 향해 반짝 눈을 뜨는 차가 그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이 차는 ‘내 강아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다녀 온 후 시동을 켜니  큰 강아지가 괴롭고 힘든 티를 엄청 내는 것이 아닌가. 한번에 시동이 안 걸리기도 하고 시동을 켜면 의자가 앞으로 움직이면서 핸들과의 거리가 저장되어 있는 적정 위치로 자동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다. 

아들한테 시동을 가끔 켜도록 일러 두어야 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두어서 배터리가 안 좋아진 것이라 했다.  타고만 다녔지 아무 것도 모르고 무심하고 무식한 내가 너무 한심스러워 뒤늦게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찾아보고 읽어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반려 동물이 사랑을 보여주는 만큼 밥을 챙겨 주고 씻겨주고 산책시키는 정성이 필요하듯, 발이 되어주는 믿음직한 내 강아지도 세심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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