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테일러 삼성 2공장, 설비 가동 연기로 협력사들 ‘죽을 맛’

삼성하나만 바라본 협력사들 "수입은 없고 지출만 쌓이는 중"

 

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반도체 오스틴 공장 전경)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연간 반도체 누적적자 규모도 약 15조원에 달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돌았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적자 소식에 테일러 삼성반도체 제2공장의 설비가동마저 연기되자 삼성하나만 바라보고 텍사스에 투자이전한 한국기업들은 빚내서 버텨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테일러 신규 반도체 공장의 본격 양산시기를 2025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본격 양산이 2026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 테일러 공장은 당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해 5G와 인공지능 (AI), 고성능 컴퓨팅 (HPC) 등 다양한 분야의 차세대 기술에 힘을 실어줄 첨단 반도체를 생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전성에 기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40조 이상이 투자된 데 비해 1조원이라는 턱없이 부족한 정부보조금과 각종 인허가 문제에 이어 TSMC와 경쟁에서 밀리면서 본격양산시기가 미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2026년에는 대량 양산이 가능한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테일러 공장은 올해 말 본격 양산에 앞서 시범라인을 운영, 웨이퍼를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범라인 운영마저도 뒤로 밀리고 있다.

문제는 삼성 테일러 공장의 본격 양산이 미뤄지면서 협력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의 원래 계획에 맞춰 텍사스 투자를 진행했던 1차 협력업체 뿐만 아니라 2차, 3차 협력업체들은 은행대출을 받아 직원 월급을 챙겨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투자가 시작된 상황에서 삼성하나을 거래처로 두고 있는 한 기업체의 경우 수천억 가까이 투자금을 들여 텍사스로 진출했으나 삼성 납품이 지연되자 자금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견기업 규모의 협력업체들이 어려워진 만큼 2차, 3차 협력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쓰나미 급으로 커지는 양상이다.

텍사스는 한국기업의 투자이전으로 인해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은 2020년  오스틴을 중심으로 텍사스 중부지역에 약 1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4억 6,800만 달러가 넘는 임금을 지불하는 등 총 45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테일러 지역은 주택가격이 급상승했고 작은 시골동네에 위치한 몇 안되는 식당들 역시 한국인 고객이 증가하며 호황이다. 테일러라는 작은 지역에 스타벅스가 새로 입점하고 테일러와 맞닿은 후토시와 라운드락까지 윌리엄슨 카운티 지역경제는 지난해부터 삼성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제시한 ‘핵심 로직 칩(Logic Chips)의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의 약속을 지키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면서 협력사들이 받는 타격이 커지고 있다.

한 2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텍사스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테일러 공장이 본격양산을 미루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너무 서둘러 텍사스 투자를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삼성 반도체 상황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한국 삼성반도체에 장비부품을 납품하는 텍사스 소재 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지난 두 달 동안 한국 삼성으로부터 주문물량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에서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 성장에 한국이 밀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가장 큰 고객이었던 삼성으로부터 주문물량이 하나도 없는 일은 회사 설립이후 처음 겪는 일이라며 삼성을 필두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되살아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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