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린 한인회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선거 분쟁이나 개인 간 갈등으로 축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사태의 본질은 회칙과 민주적 절차를 경시한 순간부터 시작된 구조적 붕괴에 있다. 그 출발점은 분명하다. 2023년 12월, 이른바 ‘회장직 나눠먹기’ 합의가 이루어졌던 그 시점이다.
당시 제38대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필원·문정숙 두 후보가 경선을 거치지 않고 각각 1년씩 회장직을 나누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포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회칙에 명시된 회장 임기는 2년이다. 이를 후보 간 사적 합의로 쪼개는 것은 명백한 회칙 위반이자, 한인회를 개인 간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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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1월 정필원 회장은 취임했고 동포사회는 ‘회칙상 어긋난 논리였던 회장직 나누기’였지만 동포사회 안정을 위해 이를 인정해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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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배 전 회장 측은 이를 “동포사회의 합의”라고 주장했지만 그 합의는 공론화된 적도, 총회를 통해 승인된 적도 없었다. 이때부터 킬린 한인회는 ‘정상적인 단체’와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두 개의 권위가 병존하는 비정상 상태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5년 들어 1년 임기 계약의 법적 효력과 한인회 비영리 법인 지위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미 2023년 3월 비영리 법인 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는 사실은 한인회 운영이 얼마나 안이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원은 결국 법인 복원을 명령했지만, 이는 ‘정상 운영’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관리 부실의 결과를 사후적으로 수습한 것에 불과했다.
결정적 파국은 2025년 12월 13일, 제40대 회장 선거에서 발생했다. 투표를 위해 모인 동포들 앞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방적으로 “투표 없음”을 선언한 뒤, 이미 사퇴한 후보에게 밀실에서 당선증을 전달한 사건은 민주적 선거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 행위였다. 이는 선거 실패가 아니라 선거 포기 선언에 가까웠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편파성과 이중잣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거주 기간 미달 논란이 제기된 후보는 인정하면서, 특정 후보에 대해서는 범죄 경력 주장 등 사유로 자격을 박탈한 것은 선관위의 중립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회칙 또한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됐다. 국문 회칙, 영문 회칙, 1991년·2015년 개정본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동원되며, 동포들이 요구한 임시총회조차 “회칙상 불가”라는 이유로 차단됐다. 규범은 공동체를 위한 기준이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권한 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26년 2월 1일, 비대위 주관으로 실시된 재선거에서 이강일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며 킬린 한인사회는 스스로 민주적 정통성을 회복했다. 이는 특정 인물의 승리가 아니라 회칙과 절차를 되찾겠다는 동포사회의 집단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킬린 한인회 사태는 분명히 말해준다.
‘화합’이라는 말이 회칙 위에 설 수 없고, ‘경험’이라는 명분이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인회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산이다. 그 출발선은 언제나 회칙과 투명성, 그리고 동포들의 참여여야 한다.
자의적 해석이 불가능하도록 회칙을 하나로 통합해 한글회칙, 영문 회칙 및 구 회칙 간의 충돌을 없애고, 최신 개정안을 유일한 법적 근거로 확정하는 것이다. 또 거주 기간 산정 방식도 연속 거주인지 누적 거주인지 분명히 하고, 범죄 경력의 범위 등을 객관적인 증빙 서류 기준으로 세분화하는 등 피선거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선거때마다 불거지는 문제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다. 따라서 선관위가 특정 세력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 회장이 전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전직 회장단,이사회, 각 직능단체에서 추천한 인물들로 구성하고 후보자격 박탈시 그 이유와 근거 서류를 동포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의 신청 기간을 보장하는 것이 현명한 대안일 것이다.
이밖에도 동포들의 참여가 없는 한인회는 고립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 임시총회 소집권을 보장하기 위해 회칙에 명시된 일정 수 이상의 동포가 요구할 경우, 회장은 반드시 정해진 기한 내에 총회를 개최하도록 강제 조항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의 시작이 2023년 12월이었다면, 정상화의 출발은 2026년 2월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열의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것이 이번 사태가 킬린 한인사회에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의미 있는 결론일 것이다.
킬린 한인회 사태 타임라인 (시간순 정리)
주요 문제점
회칙 무시 및 민주적 절차 훼손
임기 임의 변경: 회칙상 2년인 회장 임기를 후보 간 합의만으로 1년씩 ‘나눠먹기’ 식으로 변경한 것은 명백한 회칙 위반.
투표권 박탈: 40대 선거 당시 투표를 위해 모인 동포들 앞에서 일방적으로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밀실에서 당선증을 교부한 행위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것.
선거관리위원회의 편파 운영 및 자격 논란
이중잣대 적용: 거주 기간 미달인 후보는 인정하고, 특정 후보는 불분명한 이유로 배제하는 등 선관위의 중립성이 상실.
밀실 행정: 후보자가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증을 주는 등 상식 밖의 선거 관리가 이뤄짐.
행정 및 회계의 불투명성
비영리 법인 관리 소홀: 한인회 법인 격이 말소된 상태를 방치하여 단체의 법적 지위를 위태롭게 함.
인수인계 거부: 37대에서 38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회계 자료 등 필수적인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직의 연속성이 파괴.
회칙의 혼용 및 자의적 해석
영문 vs 국문 회칙: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에 따라 1991년, 2015년, 영문 회칙 등을 번갈아 인용하며 동포들의 정당한 임시총회 소집 권한 등을 방해.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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