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BC 뉴스 (Aedes aegypti. TacioPhilip / Getty Images)
- 클라크 카운티에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전이 큐렉스(Culex) 와 뎅기열 주요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 증가
- ‘무자비한 흡혈자’ 이집트숲모기의 확산
- 도시 개발과 기후 변화가 맞물린 결과
- 방역 체계의 부재 …사설 방역업체나 제한적인 지역 사업에 의존
- 전문가들 “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중대한 공중보건 위험사실상 시한폭탄과 같다” 경고
사막 기후에서는 모기가 번성하기 어렵다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는 최근 몇 년간 도시 개발, 기후 변화, 살충제 내성, 그리고 특정 종의 유전적 적응이 맞물리면서 모기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클라크 카운티에 자리 잡은 주요 모기 종은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를 옮기는 큐렉스(Culex) 와 뎅기열 주요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 다. 네바다대학 라스베이거스캠퍼스(UNLV)의 루이사 메신저 교수는 “이들 종은 이미 살충제에 내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는 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중대한 공중보건 위험을 의미한다”며 “사실상 시한폭탄과 같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2019년 43명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26건이 보고됐다. 2024년에는 인간 감염 사례는 없었지만, 역대 가장 많은 수의 모기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검출돼 전문가들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메신저 교수는 “매년 어떤 요인으로 발병이 확대되거나 줄어드는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세계적으로 뎅기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라스베이거스는 취약하다”며 “연간 4,8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방문객이 찾는 도시에서 단 몇 차례 모기 물림만으로도 지역 감염이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이집트숲모기는 2017년 처음 확인된 이후 빠른 속도로 퍼졌다. 남부 네바다 보건국의 비벡 라만 환경보건감독관은 “2017년에는 몇 개의 ZIP 코드에서만 발견됐으나 지금은 밸리 전역 48개 ZIP 코드에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 종은 낮에도 사람을 공격하는 성향이 강하고 단 몇 인치의 고인 물에서도 알을 낳는다. 장난감, 타이어, 손수레에 고인 빗물조차 번식지가 될 수 있다.
골프장, 인공 호수, 인위적 관개 시설 등은 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모기 서식 환경을 제공했다. 기후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온난화로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지리적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대기 중 수분 증가로 습도와 강수량이 늘어 모기 친화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메신저 교수는 “라스베이거스는 기후 변화가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극심한 폭염, 건조화, 예측 불가능한 강수 패턴이 모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부 네바다 보건국은 2004년부터 모기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료를 축적해왔지만 도시 차원의 중앙 집중형 방역 체계는 부재하다. 현재는 사설 방역업체나 제한적인 지역 사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앙 관리 시스템을 통해 살충제의 안전성과 효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모기의 내성을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메신저 교수는 “이 문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클라크 카운티 주민 누구도 모기에 물려 질병에 걸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