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Texas Health Specialty Hospital (Hospital in Fort Worth, TX)
- “지금은 피했지만, 5년 뒤는 누구도 장담 못해”
- “무보험자 늘면 병원도, 진료소도 무너진다”
- “사람들이 병원 안 가는 나라, 누가 책임지나”
공화당이 강행한 ‘의료 메가법안’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텍사스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텍사스는 일단 메디케이드 연방 보조율 삭감 등 치명적인 조항은 피해 갔지만, 장기적으로는 무보험자 급증과 의료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텍사스 주민 500만여 명이 보험 없이 살아가고 있으며, 공화당의 새 법안이 발효되면 여기에 170만 명이 추가로 보험을 잃을 전망이다. 의료계는 “결국 병원과 진료소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만 해도, 메디케이드 보조금 삭감이나 병원세 폐지 등 일부 치명적인 조항이 빠지면서 병원계는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향후 수년 내 보험 없이 병원을 찾는 환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무보험자 비율이 높은 주다. 이미 약 500만명이 보험이 없고, 이번 개정으로 추가로 170만명 정도가 보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병원이 아닌 진료소, 무료 클리닉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진료소들은 지금도 이미 한계다.
공화당이 통과시킨 법안은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축소, 메디케이드 재조정, 그리고 각 지방정부가 민간 병원에 부과하던 병원세(Provider Tax)의 상한 고정 등 여러 개편 내용을 담고 있다.
텍사스병원협회(THA)는 이번 개정에서 가장 우려했던 연방 보조금 삭감이나 세수 차단 조항이 빠진 점에 안도하고 있다. 특히 농촌 병원 보호를 위해 상원에서 새로 만든 50억달러 규모의 ‘농촌병원기금’ 덕분에 향후 5년간 약 16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기금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존 헨더슨 텍사스농촌병원협회 대표는 “결국 5년이 지나면 이 돈도 바닥나고,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치로 예고된다. 미국의 보건정책 비영리단체 KFF는 “공화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ACA 보험 가입자 1.7백만명이 이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텍사스 남부 국경지대나 휴스턴 일대는 ACA 가입률이 20%가 넘는다.
이 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병원을 피하고 진료소를 찾을 것이지만, 그 진료소들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일부 진료소는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메디케이드에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새서 주교회건강재단(Episcopal Health Foundation) 대변인은 “지원이 줄어들고 환자는 늘어나니 서비스 축소나 폐쇄를 고민하는 진료소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폴라 워커 텍사스자선진료소협회(TXACC) 대표는 “우리는 보험 없는 사람들의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유일한 의료안전망”이라며 “고혈압, 당뇨 같은 질병은 꾸준히 관리하면 큰돈 안 들지만, 버려두면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TXACC 소속 75개 진료소는 연간 22만명에게 무상 진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환자 수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의료 공백이 단지 재정 문제를 넘어서 사람들의 생명에 직결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에브리텍산(Every Texan) 싱크탱크의 린 콜스 국장은 “보험이 없으면 사람들은 작은 뇌졸중이나 가슴 통증이 있어도 병원을 가지 않는다”며 “그리고 결국 그 다음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건 단순히 재정의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권이 무너지는 문제이자, 의료 시스템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