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지원 받는 세계 프로젝트들 해지통보 … 유엔 보건 프로그램도 타격

사진/ NPR (A cargo container in Manila bears signage for the U.S. government’s humanitarian agency USAID. The Trump administration suspended most USAID projects; a judge is now calling for the freeze to be lifted. Jam Sta Rosa/AFP via Getty Images/AFP via Getty Images)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전 세계적으로 계약을 중단하면서 수백만 명이 의존하는 서비스가 무너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전 세계 프로젝트들이 목요일 해지 통보를 받으며, 수단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수백만 명에게 생명을 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들도 포함됐다. 이 같은 조치는 국제 원조 커뮤니티에 충격을 주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 해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과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모든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90일간 중단하고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지 평가하는 절차를 시작한 바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해외 원조를 중단하고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며, 생명을 구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면제가 제공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몇 주 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프로그램의 90% 이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2월 25일 법원 문서에서 밝혀졌다.

이 조치에는 면제 대상으로 분류됐던 HIV 관련 사업과 더 광범위한 보건 프로그램도 포함되었다. 프로젝트가 다시 복원될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유엔 보건 프로그램도 타격

주요 유엔 보건 프로그램들도 해지 통보를 받았다. UNAIDS(유엔 에이즈 합동 프로그램), 결핵 퇴치를 위한 ‘Stop TB Partnership’, ‘Scaling Up Nutrition’ 프로그램, 그리고 수백만 명의 강제 이주민을 돕는 프로젝트 등이 포함됐다.

Stop TB 사무총장 루시카 디티우는 “우리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티우 사무총장은 단체가 결핵 진단 및 치료를 위한 다른 재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 세계 140개 파트너와의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 파트너는 결핵 환자가 진단을 받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다.

덴마크 난민위원회(Danish Refugee Council)의 샬롯 슬렌테 사무총장은 수단, 예멘, 콜롬비아 등 여러 국가에서 20건 이상의 프로젝트 해지 통보를 받은 뒤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계약 해지는 명백한 계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며, “특히 분쟁 지역에서 강제 이주된 사람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이어 “새 정부가 해외 개발 원조를 검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정부가 내린 결정은 너무 갑작스럽고 일방적이며, 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말라리아, 신생아 건강 등을 다루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도 대부분의 계약이 취소되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의 결핵 및 HIV 단체인 Khana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HIV 및 에이즈 관련 활동을 하는 다수의 단체들도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았다.

UNAIDS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USAID와의 계약 종료를 “심각한 사태”라고 규정하며, 이는 생명을 구하는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UNAIDS는 미국 정부에 추가적인 설명을 요청한 상태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로 전 세계에서 영향을 받는 단체들의 정확한 숫자를 즉각 확인할 수 없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국무부의 해외 원조 보조금도 약 30% 삭감했으며, 그 규모는 44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로이터가 입수한 통보문에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터 마로코 USAID 부청장은 해당 프로그램이 기관의 우선순위와 맞지 않으며, 지속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적혀있다.

일부 단체의 경우 USAID가 주요 자금원이며, 이로 인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단체들은 여러 후원자를 확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지적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