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텍사스N) 북한에 가족을 둔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북미 이산가족 상봉은 수십 년간 풀지 못한 숙원 과제였다. 남북한 간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이후 총 21차례 진행됐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한인들은 대상에서 제외돼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 의회의 입법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상봉을 제도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등록법(Korean American Divided Families National Registry Act)’이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돼 최종 통과됐다.
이번 성과는 117대 의회에서 시작됐다. 202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는 ‘이산가족 상봉 법안(H.R.1771, Divided Families Reunification Act)’ 조항이 포함돼 법제화됐으며,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에게 반기별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화상 상봉 등 비대면 방식 검토를 명시했다.
이후 118대 의회에서는 국무부가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는 ‘이산가족 등록법’이 단독 법안으로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로 최종 통과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119대 의회가 시작되면서 입법 동력이 다시 형성됐다. 하원에서는 수하스 수브라만냠(민주·버지니아 10지구) 의원이 주도하고, 유일한 한국계 공화당 연방의원인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40지구) 의원이 공동 리드 발의자로 참여했다. 상원에서는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의원과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의원이 초당적으로 합류했다.
커뮤니티·인권 관련 법안이 단독으로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는 데 현실적 제약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국방수권법에 포함하는 전략이 추진됐다. 그 결과 2025년 12월 18일 국방수권법이 상·하원 본회의를 모두 통과하면서 이산가족 등록법 역시 부수 조항으로 최종 입법화됐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크게 두 가지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국무부 장관의 지휘 아래 북한인권특사 또는 지정 인사가 북한에 가족을 둔 한국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향후 상봉을 대비한 사전 준비를 하도록 규정했다. 대면 및 비대면 상봉을 모두 염두에 두고, 이를 위해 비공개·내부용 국가 등록명부(Registry)를 구축하도록 했다.
또한 미·북 간 직접 대화가 이뤄질 경우 국무부 장관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반드시 의제로 포함하도록 명시하고, 그 진행 상황을 기존 북한인권법에 따른 정기 보고서에 포함해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행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이산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관리·감독되는 구조를 제도화했다는 평가다.
이번 입법 성과의 배경에는 한인사회의 풀뿌리 정치 참여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Divided Families USA’, ‘재미이산가족상봉 추진위원회’ 등 관련 단체들이 장기간 문제를 제기해 왔으며, 한국계 미국인 풀뿌리 단체인 KAGC(미주한인풀뿌리대회)는 법안 발의 과정에서 의원실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공동발의자 확보에 주력했다.
또한 대학생 대표단을 중심으로 한 청년층이 상·하원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법안 지지를 요청하는 등 시민 참여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등록법 통과는 즉각적인 상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문제를 미 외교정책의 공식 의제로 고정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미·북 대화 국면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