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 (Police officers block Clifton Road near Emory Hospital as they respond to a shooting near the campuses of the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nd Emory University on Friday. Hyosub Shin/Atlanta Journal-Constitution)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건물 여러 곳이 피해를 입었다. 범인은 코로나19 백신이 자신을 우울하고 자살 충동에 빠지게 했다고 믿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PR 과 AP통신 등 주요매체에 따르면, 조지아주 애틀랜타 CDC 본부에서 지난 8일(금) 오후 총격을 가한 범인은 패트릭 조지프 화이트(30)로, 최소 5정의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 중에는 장총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CDC 본부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비에 막히자 인근 약국 앞에서 수십 발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출동한 데캡카운티 경찰관 데이비드 로즈(33)가 치명상을 입었다.
조지아주 수사국(GBI)은 화이트를 범인으로 지목했으나 그가 경찰에 사살됐는지 자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화이트의 아버지는 경찰에 연락해 아들이 총격범일 수 있다고 알렸으며 아들이 반려견의 죽음 이후 코로나19 백신에 집착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시 CDC 직원 수천 명은 건물 안에서 봉쇄 조치를 받고 대피했으며 최소 4개 건물이 총탄에 맞았다. 수전 모나레즈 CDC 국장 대행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월요일까지 재택근무나 휴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이후 CDC 보안팀은 직원들에게 오래된 주차 스티커를 차량에서 제거하라고 요청했다. 지도부는 전체 보안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일부 직원은 “우리는 앉아서 표적이 되는 신세”라는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지역언론이 보도했다.
로즈 경관은 아프가니스탄 참전 경력을 가진 전직 해병으로 지난 3월 경찰학교를 졸업했다. 데캡카운티 측은 “그는 동료들의 존경을 받은 헌신적이고 용감한 경찰관이었다”며 “그의 아내와 세 자녀, 그중 한 명은 태어나기도 전인 아이가 남겨졌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사건에 대해 “공중보건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 폭력에 노출돼선 안 된다”며 CDC 직원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그러나 해고된 일부 CDC 직원들은 케네디 장관이 백신 불신과 CDC 불신을 조장해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케네디 장관은 오랫동안 백신 회의론을 주장해왔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CDC 인력 2,000명 가까이를 감축했다. 또 지난주 백신 개발 예산 5억 달러 삭감을 지시했다. 반대 단체 ‘해고됐지만 싸운다(Fired But Fighting)’는 케네디 장관과 함께 러셀 보우트 전 예산관리국장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이트의 이웃은 현지 언론에 “그는 착하고 이웃을 도왔지만, 백신에 대한 불신을 자주 이야기했다”며 “백신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해친다고 굳게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웃들은 그가 폭력으로 이를 표출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과학과 연방 공무원에 대한 공격적 담론이 현실에서 폭력으로 이어진 사례”라는 전 CDC 직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