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필자는 팬트리(Pantry)와 벽장 설합을 열어 식료품들과 비상약들의 유효 기한을 챙길 기회가 있었다. 식료품과 비상약에는 반드시 유통 기한이 쓰여 져 있다. Best until May 6, 2023. 즉 2023년 5월 6일 전에 이용되면 최상의 효과(약효, 맛)를 얻는 다는 안내문이다.
자동차도 여러 소모성 부품들의 사용 기한이 있어 이 기한을 넘기면 안전에 문제가 발생함으로 반드시 교환하게 된다. 엔진 오일, 브레이크 오일과 패드(pad), 냉각수 보충 등이 모두 그런 이유다. 사용에 따른 마모(磨耗), 시간에 따른 자연 훼손과 성능저하 발생은 불가피하여 차량 유지에 필수다.
만물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酸化)하니 강철에도 녹이 나며 쓸모가 없어진다. 무릇 이 띵에 존재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시간 앞에 속수무책으로 힘을 잃고 모습이 바뀐다. 인간도 따지고 보면 이 땅의 과객(過客)일 수밖에 없으니,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외 달리 도리가 없다. 나무는 나이테를 남기고, 동물들도 후손에게 DNA를 물려주고 조용히 있던 자리를 물려주며 예(禮)를 지킨다.
영겁(永劫)의 세월도 자연의 흐름 앞에서는 그저 경점(更點)일 수밖에 없으니 어찌 하리. 시간의 무한함과 우주의 광활무변(廣闊無邊)을 말함이 아니요 인간 존재의 없음(無)를 새삼 실감한다. 성경엔 사람을 흙으로 빚었다 하니 과연 옳은 말이다. 흙이란 본래 먼지로, 훅 불면 날리는 유(有)인 듯 무(無)한 것이라. 하루살이에게 내일이 없듯 인간에게도 숨쉬는 순간만 존재하는 것인가 보다. 찰라(刹那)를 마치 긴 시간인양 살아 가는 것은 참으로 우습고도 어리석음이라 할 만하다. 모든 탄생(誕生)은 소멸(消滅)하니 이 또한 어쩌 하리.
그 옛날 중국의 진(秦) 시황제(始皇帝)은 동방 어디엔 가 있다는 영생(永生)의 비약(秘藥)을 구하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모두 허사(虛事)이며, 후생(後生)을 준비하느라 탑(塔)을 쌓고, 전각(前脚)을 짓고, 지하에 마솔(馬率)들로 환생(還生)을 준비하지만 헛일일 뿐. 수고만 더 한 것이니 이를 어찌하리.
유효기한이 지난 식료품과 약효가 다한 비상약과 인생의 끝 날이 갈 곳이란 산골의 쓰레기 하치장(荷置場)이라, 하늘을 날던 비행기도 애리조나(Arizona) 사막이 종착(終着)이니 다음에 자리를 넘겨줌이 마땅하리라. 만물의 영장(靈長)이란 인간에게도 그 종점은 사라 짐이요 다시 흙 먼지로 돌아 감이라. 잠언(箴言)은 그래서 허사(虛事)로 시작해서 허사로 끝난다. 성경은 너의 날을 계수(計數)함이 지혜(智慧)라는 경고장(警告狀)을 날린다.
몰(沒)한다, 졸(拙)한다, 절(絶)한다, 이들 단어들은 모두 사라진다 함이니 석양(夕陽)에 해 넘듯 우리네 인생들도 매우 빠른 시간에 유통기한이 꽉 차 버리리라. 쌓아 놓은 재화(財貨)도, 얻은 명예(名譽)와 학식(學識)도 모두 그러하니 마치 하늘 비(雨)가 선인(善人)과 악인(惡人)에 선택의 빌미도 주지 않듯 말이다. 아! 그 공평 무사 정대(公平 無私 正大) 함이여! 이건 하늘의 질서(秩序)라는 말이다.
인간의 유효 기한은 그저 하늘이 각자에게 준 암호(暗號)이니, 이 또한 따름의 순천(順天)이라, 하늘은 엄존(儼存)하는 진(眞)일 뿐이다. 유효기한에 유의(留意)하며 역천(逆天)에 조심할 따름이다. 영면(永眠)이란 긴긴 여행을 마친 기관차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종착역(終着驛)에서 다그치듯 속도를 늦추더니 끝내 부동(不動)으로 종지부(終止符) 찍음이라
지금은 그 날을 알지 못하나 과학이 더 발전한 먼 훗날 DNA를 쥐 잡듯 뒤지면 사주팔자(四柱八字) 안 보고도 자신의 유통기한을 알게 될 날이 올까 싶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元曉사상-華嚴經의 핵심-마음먹기 나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