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자 생각N] 한인들이 말하는 ‘정치력 신장’속 그 정치력은 어디쯤에?

 

15일(토) 휴스턴에서는 아시안 혐오범죄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물론 아시아계 공화당들이 주축이 된 집회였으나 ‘혐오범죄 반대’는 초당적 이슈다. 집회현장에는 중국계와 인도계, 베트남계 그리고 무슬림 단체 등 나라를 다르지만 아시안이라는 하나된 연대가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한인은 없었다. 한인사회를 대표할 만한 단체는 보이지 않았다.

행사 중반에 휴스턴 한인회장이 참석하면서 모양새는 갖췄다. 한국의 언론사 마크가 붙은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취재하면서 아시안임에도 한국인을 전혀 만나지 못한 상황을 겨우 벗어났다.

주류 정치인사들이 참석했다. 심지어 그래그 애보트 주지사가 주연사로 “텍사스에서 아시안 혐오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자리였다. ‘아시안 혐오 반대’를 주류 정치인들에게 보여주고 더욱 신경써달라는 집회였다. 애보트 주지사도 이같은 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연설에 앞서 기자단과 질의응답 시간에 오늘 집회는 “아시안 커뮤니티가 어떠한 혐오범죄도 용납할 수 없으며 정치인들도 그 뜻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취재를 위해 여러사람을 인터뷰하면서 행사 주최자인 중국계 미국인과 대화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녀와 대화를 마친 후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지사를 초청해서 주 연사로 연단에 세운 이들은 바로 중국계였고 주정부 공보실에서 해당 집회 관련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야 말로 ‘정치적 파워’라는 것을 깨달았다. 집회현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것도 아니다. 대략 100여명 정도다. 그런 작은 규모의 집회지만 주지사를 연단에 세울 ‘능력있는’ 커뮤니티임을 보여 줬다고 판단했다.

언론사 홍보 역시 마찬가지. 주정부 공보실에서 보도자료가 나갔다. 행사 자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휴스턴 전역에, 텍사스 전역에 소식이 알려졌다.

 

한국계 후보가 지방정부 시의원, 주정부 하원이나 또는 연방 상하원 등 선출직 당선을 위해 선거에 출마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한인 정치력 신장’이다.

한국계 정치인을 미국 주류 정치현장에 올려놓으면 한인들의 정치력이 높아지는 것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십수년도 더 된 하나의 ‘관용문구’가 됐다.

한인사회가 줄곧 외치는 정치력 신장, 한인들의 정치적 파워는 어디쯤 있는 것인가! 십수년 동안 한인 정치력을 높이자고 외치지만 정작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에 한인 단체는 없었다. 듣자하니 휴스턴만의 문제도 아닌 듯 하다. 달라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오스틴은 또 어떤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자리에는 가지 않으면서 선거철만 되면 ‘정치력 신장’을 외친다.

 

집회현장에서 만난 한 아시아계 미국인은 내게 묻는다. 어디 방송사냐고?  YTN월드 스티커가 붙어있는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당연한 질문이다.  한국이라고 하니 그는 내게 또 묻는다. 한인 커뮤니티는 왜 안왔냐고. 할 말이 없었다. 그 자리를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민망함은 한인단체 없는 현장을 취재한 한인, 온전히 내 몫이었다.

 

 

안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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