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BC 뉴스 (A Ten Commandments monument erected outside the Oklahoma state Capitol is shown in November 2012.)
- 알라모하이츠, 오스틴, 휴스턴, 플레이노노 등 11개 학군에만 직접 적용
- 주 정부가 특정 성경 구절을 공식적으로 선정, 모든 교실에 영구적으로 게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종교적 자유 침해
- 상원법안 10호 … 오는 9월부터 최소 16×20인치 크기의 십계명 포스터를 각 교실에 비치하도록 규정
- 다종교·무종교 학부모들의 소송 …특정 신앙을 따르지 않는 학생들을 공동체에서 소외시키는 메시지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이 공립학교 교실에 십계명 포스터를 의무적으로 게시하도록 한 주 법률의 효력을 일부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해당 법률을 위헌이라 판단한 것으로, 현재 소송에 포함된 11개 학군에만 적용되지만 다른 학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프레드 비어리 연방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법은 특정 종교, 특히 기독교를 우대하는 것으로 헌법상 종교 중립 원칙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십계명의 역사적 의미를 가르칠 방법은 있지만, 주 정부가 특정 성경 구절을 공식적으로 선정해 모든 교실에 영구적으로 게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종교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비어리 판사는 이 조치가 단순한 노출을 넘어 “강요의 선을 넘는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주는 즉각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소송은 최근 루이지애나주의 유사한 법률 효력을 차단한 제5연방항소법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문제가 된 상원법안 10호(SB 10)는 필 킹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해 지난 6월 애벗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법률로 확정됐다. 법안은 오는 9월부터 최소 16×20인치 크기의 십계명 포스터를 각 교실에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학교가 직접 구매하지 않고 기부받은 포스터여야 한다.
공화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십계명이 미국 역사와 법 체계의 중요한 뿌리라며 법안을 옹호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공립학교에 종교를 도입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번 판결은 ‘래비 네이선 대 알라모 하이츠 교육구’ 사건에서 내려졌다. 원고 측은 ACLU(미국시민자유연맹)와 종교자유 단체들이 연대해 제기했으며, 기독교·유대교·불교·무종교 등 다양한 배경의 학부모 16명이 참여했다.
한 원고는 성명을 통해 “공립학교에 십계명을 게시하는 것은 비미국적이며 비침례교적”이라며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해치는 법안은 우리 신앙의 자유와 전통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독교 목회자는 “이 법은 특정 신앙을 따르지 않는 학생들을 공동체에서 소외시키는 메시지를 준다”고 우려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간음”과 같은 민감한 주제가 어린 자녀에게 지나치게 일찍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종교 가정의 원고는 자녀들이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이유로 학교 규칙을 어겼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이번 판결은 알라모하이츠, 오스틴, 휴스턴, 플라노 등 11개 학군에만 직접 적용된다. 그러나 원고 측 변호인단은 “연방법원이 위헌성을 확인한 만큼 다른 학군들도 시행을 보류할 것”이라 기대했다.
한편, 텍사스 교육청(TEA)과 일부 교육구는 소송에서 피고로 지정됐으나 “구체적 시행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