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merican Gateways (텍사스 소재 이민자 지원센터)
- 연방 판사 “위헌” 판단… 그러나 텍사스 대법원이 뒤집다
- 팩스턴이 ‘증거 없이도’ 의혹만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 … 장관의 주장을 ‘사실’로 간주
- 단체들 “법정에서 승리한 적 없는 팩스턴… 그러나 이미 피해는 심각”
[오스틴=텍사스N] 텍사스주 법원이 켄 팩스턴 텍사스 법무장관의 광범위한 조사 권한을 잇따라 인정하면서, 이민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들을 상대로 한 그의 법적 공세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팩스턴 장관은 지난 2년 동안 최소 12개 단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대부분은 이민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기관들이다. 그는 이들이 법규를 위반하거나 자체 정관을 어겼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아직 법정에서 증명된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텍사스 내 두 개 주요 법원과 연방 항소법원은 모두 팩스턴 장관이 약 150년 된 주 법률을 근거로 내부 문서를 요구하고, 기업의 텍사스 영업권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증거 제시 없이도 이러한 법적 조치를 개시할 수 있다는 판결도 나왔다.
이 같은 판결들로 인해 비영리단체들은 사실상 즉각적인 대응 비용과 장기적 소송 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아직 문서 제출이나 법인 취소가 실제로 이뤄진 사례는 없지만, 이번 판결로 팩스턴 전략을 정면에서 막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조사 대상에는 대표적으로 이민자 쉼터 네트워크 ‘애너시시에이션 하우스(Annunciation House)’와 라틴계 유권자 참여 단체 ‘졸트 이니셔티브(Jolt Initiative)’가 포함된다. 이들 단체는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긴급 모금과 무료 법률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텍사스 이민법률위원회의 크리스틴 에터 변호사는 “법원이 장관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며 “비영리단체는 어떤 이유로든, 혹은 아무 이유 없이도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졸트 이니셔티브 사건은 팩스턴 전략의 전형을 보여준다. 폭스뉴스 진행자가 해당 단체가 ‘불법 체류자를 유권자로 등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지역 선거관리 당국은 즉시 이를 허위로 밝혀냈다. 그럼에도 팩스턴은 단체의 내부 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졸트 측이 소송을 제기해 기록 요구가 철회되자, 팩스턴은 곧바로 단체의 법인 지위를 취소해 활동을 중단시키라는 새로운 소송을 제기했다. 졸트는 새로 제기한 연방 소송에서, 이 과정에서 직원 해고·운영 축소·후원자 신뢰 상실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팩스턴은 언론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지만, 성명을 통해 “불법 이민자를 등록하려는 조직은 완전히 박살내고 즉시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팩스턴 전략의 핵심은 텍사스 헌법 제정기에 만들어진 ‘기업 기록 조사청구(request to examine)’ 조항이다. 이는 주 내 기업의 모든 내부 문서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며, 불응 시 법인 영업권 상실 및 경영진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2024년 초 법무부 변호사들이 애너시시에이션 하우스를 급습해 “불법 이민자 은신처 운영”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문서를 즉시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단체 측이 30일 기한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24시간만 허용했다.
이후 항공기 부품업체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Spirit Aerosystems)도 같은 요구를 받았다. 회사는 ‘즉시 제출 강제는 위헌적 수색’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 판사는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텍사스 대법원은 애너시시에이션 하우스 사건에서 장관의 문서 요구 권한 인정, 기업 폐쇄 소송 제기 권한 인정, ‘즉시(immediately)’는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합리적인 시간 내’ 제출 의미 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이 나오자 연방 제5순회항소법원은 주 대법원의 해석을 존중하며 해당 조항이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텍사스 15항소법원은 또 다른 이민자 단체인 FIEL의 법인 취소 소송에서 팩스턴이 ‘증거 없이도’ 의혹만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즉, 장관의 주장을 법원은 ‘사실로 간주’하고, 소송 절차는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O’Rourke 전 하원의원이 창립한 ‘Powered by People’은 조사를 막기 위해 이미 4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도 소송 과정에서 최소 60만 달러의 변호사 비용을 청구했다. 졸트는 올해만 1만 2천 명의 신규 유권자 등록을 목표로 했으나, 소송으로 인한 인력 감축과 문서 요구 부담으로 지금까지 3,500명 밖에 등록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텍사스 로스쿨의 랜달 어번 교수는 “팩스턴은 자신의 보수적 철학에 반하는 단체들을 체계적으로 소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 전략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