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ICE( 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s 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 and the FBI arrested a Cincinnati man July 19 after he allegedly made multiple threats online to shoot and kill ICE officers.)
- 이민 구금, 텍사스가 최대 수용…신규 시설도 계획
- “정권과 맞지 않는 판사 표적 해임”…공정성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추방 공약 이행을 위해 이민법원 제도에 대한 강경 조치를 단행하면서 텍사스를 중심으로 한 연방 구금시설의 수용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부터 이민자에 대한 보석 심사(bond hearing)를 폐지했으며, 같은 시기 전국적으로 이민판사 20명을 해임했다. 1월 이후 해임되거나 사임한 판사는 총 106명으로, 전체 판사 약 700명의 15%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현재 구금 중인 이민자들은 심사 기회 없이 추방 재판이 끝날 때까지 구금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이로 인해 절차적 권리가 침해되고 수용시설 과밀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덴리스 길먼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로스쿨 교수는 “보석 심사의 폐지는 구금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할 기회를 아예 없앤 것”이라며 “이제 ICE(이민세관단속국)가 구금자에 대한 판단과 집행을 모두 맡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민법률센터(NILC)의 하이디 알트먼 정책 담당 부대표는 “이민법원이 멈춰서고 구금된 이민자는 재판도 없이 무기한 갇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절차적 권리의 점진적인 해체가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에 “모든 이민자에게 재판을 제공하는 것은 200년이 걸릴 일”이라며 보석심사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수십만 명의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기 위해 수십만 건의 재판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썼다.
현재 ICE의 구금자 수는 약 12,000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텍사스 내 21개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있다. 루이지애나주는 약 7,000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길먼 교수는 “이미 수용능력은 포화 상태”라며 “보석 제도 폐지로 구금 기간이 길어지면 수용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안보부는 “구금시설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예산 법안에는 국경·이민 단속에 약 1,700억 달러가 배정돼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구금시설 확충에 쓰인다.
정부는 엘파소 포트 블리스 기지 내에 5,000명 수용 규모의 텐트형 수용소 건설을 계획 중이다. 이 시설은 2027년 9월까지 완공될 예정이며, 완공 시 미 최대 규모의 이민 구금센터가 될 전망이다.
이민판사 노조에 따르면 이번에 해임된 판사 103명 중 54명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들이며, 46명은 자진 사임했다. 텍사스 휴스턴, 엘패소, 라레도 등지에서 해임 사례가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지역별 해임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알트먼 부대표는 “이민판사는 사법부가 아닌 법무부 소속 행정판사로, 대통령 의중에 따라 해임될 수 있다”며 “행정부가 판사에 대한 압박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행정부는 향후 이민판사를 800명까지 확대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400만 건이 넘는 사건이 적체된 상황에서 판사 수 증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길먼 교수는 “설사 800명을 채운다고 해도, backlog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행정부는 결국 이민 절차를 무시한 채 가능한 한 많은 추방을 신속히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