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법안’ 비난에 동조한 민주평통 사무처

민주평통, 미주민주포럼 한반도 평화컨퍼런스 참석 자문위원 경위조사 ... "전 정권 인사 물갈이 수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장 윤석열 대통령) 사무처가 미주민주포럼(대표 최광철)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컨퍼런스’ 행사에 참석한 민주평통 자문위원에 대한 경위조사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평통 사무처는 공식 문서의 형식조차 지키지 않은 단 석줄에 불과한 공문을 모든 자문위원들에게 보내  “최근 미주 부의장 주도하에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한반도 평화컨퍼런스2022 행사’와 관련하여 다수의 민원이 제기되어 당 사무처에서 관련 자문위원에 대해서 경위조사 착수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컨퍼런스’ 행사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된 행사다. 당시 행사에는 한국계 의원들과 미국 연방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각종 포럼이 진행됐다.

한반도 평화법안을 발의한 브레드 셔먼 연방하원의원은 기조연설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지역별 참석자들은 해당 지역구 연방의원을 찾아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공공외교를 펼쳤다.

이후 대표적인 극보수 단체인 국제자유주권총연대는 “민주평통 최광철 부의장을 즉각 해임하라”며 사무처에 민원을 제기했고 관련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제자유주권총연대는 성명에서 “평통을 좌편향 위주의 인사로 포진시켜 대한민국 전복과 반헌법 행사를 수차례 주도하여 교민사회 분란을 초래했다. 일부 순진한 미국 민주당 의원을 부추겨 한국의 종전선언을 졸속으로 밀어붙여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평통은 원래 취지와 현 정부의 자유통일 정책과 정면 반대되는 반 헌법적인 것으로 일종의 심각한 국가 전복을 시도한 행위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한 것은 현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며 새 정부를 전복하려는 주사파 카르텔에 동조하는 반역행위”라고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하지만 당시 행사의 주최는 민주평통 미주자문회의가 아니다. 미주 한인단체들의 자체 행사에 초청하는 인사와 축사 등은 해당 단체가 결정하는 권한이다. 물론 행사를 진행한 단체의 대표가 최광철 부의장인 것은 사실이다. 혹시라도 미주민주포럼의 행사에 민주평통 사무처의 예산이 사용됐다면 징계대상이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참석자 모두는 속한 단체와 상관없이 개인자격으로 참석을 결정했다.

 

행사 참석자들 “개인자격으로 참석한 것, 한미간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한 한반도 평화법안”

행사에 참석한 한 자문위원은 “행사의 내용은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것이었다. 개인자격으로 참석한 이유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서 열린 비영리단체의 공공외교 행사를 두고 민주평통의 예민한 반응에 대한 저의를 의심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민주평통 자문위원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당시 행사는 민주평통 행사가 아닌 미국내에서 활동하는 한인단체 중 하나의 행사였다. 나역시 개인자격으로 참석했다. 자문위원이기에 현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행사에 참석하면 안되는가?”라며 “정권이 바뀌고 나서 공공외교에 대한 기조도 달라지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무처의 공문은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하는 자문위원은 “‘한반도 평화법안’을 적극 지지하며 이번 컨퍼런스에 참가한 사람으로서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의 목적이자 중요한 성과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미주 동포들의 열망을 미 의회에 전하고 동포사회에 평화통일 운동을 확산시키는 것이었다”면서 “한반도 평화법안의 핵심 내용은 (1)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2) 한반도 영구 평화를 위한 로드맵 작성 (3) 미국과 북한에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4) 이산가족 상봉 추진으로 이는 7.4 남북공동섬명 이래로 남한, 북한, 미국이 꾸준히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합의한 주요 내용들을 담은 것이다.  이 공동선언문들은 한국과 미국에서 보수와 진보 정부 모두가 추진하고 합의했던 내용들”이라며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내용에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권바뀌니 최광철 미주 부의장 물갈이 1호 대상? 

민주평통 사무처의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 주최자 경위조사 공문은 얼마전 석동현 신임 사무처장의 ‘물갈이 발언’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자문위원은 민주평통 내부 소식망에서 “지난 10월 14일 석동현 신임 사무처장은 “대통령 국정철학을 충실히 따를 분들로 자문위원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석 사무처장의 ‘물갈이’ 발언 이후 민주평통 자문위원들 중에서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일차적 물갈이 대상이 된다”면서 “70~80%의 국민들과 해외 동포들은 배제하고 20~30%의 친여 성향의 국민들과 해외 동포들로만 평통 위원들을 위임하겠다는 의미이며 대한민국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해외동포들을 편가르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평통 사무처의 공문에 나온 경위조사 대상자는 최광철 부의장이다. 대표적인 야권인사로 분류되며 친 민주당계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면서 전 정부가 임명한 공직자들을 물갈이 하듯 미주 부의장 자리도 친정부 인사로 채우기 위한 사무처의 전략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광철 대표가 이끄는 미주민주포럼의 행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사무처는 당사자를 불러 경위를 조사하고 지역별 협의회장들에게 2차적인 조사를 진행한 뒤 일반 자문위원들에게 공문을 보내는 수순을 밟아도 됐다.

하지만 사무처는 일반 자문위원 전체에게 해당 공문을 먼저 보냈다. 공문의 내용상 최광철 부의장에 대한 경위조사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표면적으로 ‘관련 자문위원’이라고 적으면서 행사 참석한 자문위원 전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자문위원들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최광철 부의장의 자진 사퇴를 노리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주민주포럼이 주최한 행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한 자문위원은 “느닷없는 공문 내용을 보고 최광철 부의장이 큰 문제를 일으킨 건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며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자문위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공외교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무처의 공문 사태 이후 자문위원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한 자문위원은 “이번 사태로 자문위원으로서 그간의 노력들이 왜곡되고 위원으로서 역할이 위축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전한다.

민주평통 사무처의 최대 무기는 예산이다. 예산이 집행되지 않으면 민주평통 자문회의 지역협의회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진다. 따라서 예산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자문회의를 길들이는 수순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민주평통 사무처는 행사 참석 또는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공문서 양식도 지키지 않은 약식 문건을 자문위원 전체에게 발송했다. 

 

 

안미향 기자 텍사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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