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입양인들 “버려졌지만, 가족을 찾고 싶어요”

휴스턴 한나래 주최 한인입양인 뿌리찾기 행사 ... '유전자 검사'로 가족찾는 법 공유

 

“제가 발견된 곳은 서울의 한 경찰서 앞이었습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는 1976년 서울의 한 고아원에 맡겨졌고 이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버려졌지만 너무나 좋은 가족안에서 행복하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있을 친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합니다” – 에이미 스윗랜드

“아기 때 버려진 후 6살까지 한국의 한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메뚜기를 잡았던 기억, 오이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행복했던 순간이었나 봅니다. 미국으로 입양된 이후 69살이 되도록 한국에 단 한번도 가지 않았고 가고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남편이 한국에 다녀왔고 같이 가보자고 했지만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인 가정에서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다음달에 처음으로 한국에 갈 예정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찾고 싶습니다” – 신다 카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직접 보기 위해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갔습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정보라고는 고아원 주소뿐이었습니다. 내가 머물렀다는 고아원과 입양절차를 진행했던 기관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1987년 오빠가 나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나를 애타게 찾았던 가족과 만났습니다. 엄마도 만났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막내였던 나를 고아원에 잠시 맡겨뒀는데 미국으로 입양됐습니다. 오빠와 언니들은 내가 고아원에 맡겨진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한국의 가족을 만난 뒤 저는 진짜 한국인이 됐습니다.” – 에이미 길버트

“얼마전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유전자 검사 등록도 마쳤습니다. 물론 가족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한국에서 홈스테이 가족들의 따뜻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1983년에 태어났고 1984년 2월 29일 정읍의 한 고아원(예육원)앞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저는 가족들을 만나고 싶고 매우 그립습니다. 가족들을 만날수 있을지 모르고 그들이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기도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항상 기도합니다” –브레나 소토 

 

지난 9일(토) 휴스턴에서 열린 한인입양인 뿌리찾기 행사에서 만난 입양인들은 사연은 다르지만 한국에 있을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 휴스턴 한국전통무용단 한나래(단장 허현숙)가 주최한 한인입양인 행사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한국 음식을 맛보는데 그치지 않고 유전자 검사를 통한 가족찾는 법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제공과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입양인과 가족 50여명은 ‘유전자 검사 등록 및 가족찾는 법’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를 찾고 싶다’는 마음과 ‘미국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한국인’이라는 마음을 갖게 된 성인 입양인들은 이번 행사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는 기회이자 같은 처지에 놓은 가족들을 만난 기분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찾는 유전자 검사는 재외공관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주휴스턴총영사관 윤정노 영사는 이날 행사에서 총영사관이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설명하며 “아동권리보장원에 유전자검사 신청을 한 뒤 총영사관에서 유전자 채취해 한국으로 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 영사에 따르면 최근 휴스턴 총영사관에서 3건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유전자 검사로 가족찾기를 진행하고 있는 민간봉사단체인 ‘325 KARMA(Korean Adoptee Search Angels)도 이날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찾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되도록이면 많은 한인입양인들이 한국의 가족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장에 참여한 입양인들은 “한국내 경찰서에서 유전자 채취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공관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한국의 가족들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총영사관은 또 한인입양인들에게는 이중국적이 허용된다며서 한국 법무부가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한 뒤 총영사관에 시민권을 신청하면 법무부 승인 후 한국 시민권이 발급되고 여권도 만들 수 있다는 정보도 제공했다.

이밖에도 휴스턴 한국교육원과 휴스턴 시민단체인 우리 훈또스에서도 한국어 교육관련 정보와 모든 입양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자는 법안을 설명했다. 한인 입양인 중 양부모의 무관심으로 시민권을 받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따라서 우리훈또스는 ‘입양인 시민권 부여’ 법안을 설명하고 한인입양인들의 관심을 독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인입양인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주휴스턴 총영사관 정영호 총영사와 알 그린 연방하원의원도 참석했다. 정영호 총영사는 “1953년 이후 약 11만여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설명하고 “공관에서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통해 가족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 또한 공관에서는 한인 입양인들을 만나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알 그린 연방하원의원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한인입양인들의 뿌리인 한국을 알기 위해 한국의 언어와 문화는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나래는 한인입양인들을 위한 농악단 길놀이와 화관무, 난타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한식을 준비해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또 우리훈또스와 KASH, 휴스턴농악단 등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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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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