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에 세워진 ‘세월호 기억벤치’

휴스턴 시민단체 '함게 맞는 비' ... "공감과 연대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힘"

 

2023년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휴스턴 허먼파크(Hermann Park)에 ‘세월호 기억벤치’가 건립됐다.

휴스턴의 한인 시민단체인 ‘함께 맞는 비’는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길 살아돌아오지 못했던 17살 고등학생들을 포함한 304명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위해 세월호 기억벤치를 건립한다”고 배경을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7일(토) 세워진 세월호 기억벤치는 텍사스 메디컬 센터 북쪽 자연과학박물관과 인접해 있으며 샘 휴스턴 동상 근처(6001 Fannin St. Houston, TX 77030)에 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한인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시민단체 ‘함께 맞는 비’는 “17살 고등학생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국가 안전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구조받지 못하고 별이 되었다”면서 “혼자서 슬퍼하고 아파하면 병이 될 수 있지만 함께 모여서 슬퍼하고 분노하고 나아가 공감하고 연대하면 이 슬픔을 기억하는 일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빛과 소금이 될 것”이라며 추모를 이어가는 이유를 밝혔다.

 

[추도사 전문]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도사

세월호 지겹다, 세월호로 시체팔이하냐는 말을 놀랍게도 여기 휴스턴에서도 들었습니다. 이제 그만 좀 해라, 그동안 오래했지 않느냐라며 염려하는 듯 혹은 힐난하는 듯 그런 말들을 들으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10년째, 아홉번째 봄을 여기 휴스턴에서 맞습니다.
내 자식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였다면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17살 고등학생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국가 안전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구조받지 못하고 별이 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놀다가 그렇게 됐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수학여행도 놀러가다 죽어놓고 무슨 보상이고 진상규명이냐고. 이러한 인권의식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맞는비는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인권의 회복운동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슬퍼하고 아파하면 병이 될 수 있지만 함께 모여서 슬퍼하고 분노하고 나아가 공감하고 연대하면 이 슬픔을 기억하는 일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빛과 소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짧게 줄여쓴 전기란 뜻으로 단원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단원고 약전을 읽으며 참사 1000일 부터 100일간 108배 기도를 했습니다. 2017년 4월14일에 쓴 내용을 짧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2학년 4반 강신욱을 기억합니다. 신욱이는 축구를 통해 우정을 돈독히 하였고 게임을 매우 잘 했다고 합니다. IMF여파로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학원이 부도를 맞아 형편이 어려워져 신욱이가 평소먹고 싶어하던 족발, 피자, 통닭을 마음껏 사주지 못하셔서, 수학여행비를 겨우 겨우 마련해서 보낸 것이 너무 가슴 아프시다고 합니다. 신욱이가 보낸 마지막 문자는 “아빠, 안개가 많이 끼어서 배가 출발을 못할 것 같아. 나 그냥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 문 잠그지마”였습니다.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다면 세월호가 그 때 출발하지 못하도록 붙잡고 싶습니다.

9주기를 맞아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이곳에 기억벤치를 마련할 수 있어 감개무량합니다. 물적으로 심적으로 함께 해주시고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모든 분들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살아생전에 반드시 진상규명되고 책임자들 모두가 처벌 받고 이제는 되었다라고 할 때까지….그때까지 함께할 수 있기를,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박노해 시인의 시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 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정신이\ 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깜박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감사합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