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민 1세대의 삶을 담아낸 영화 ‘미나리’

정이삭 감독 “나와 부모님의 이야기이면서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

사진 /A24

1980년대 미국의 알칸사주 북서쪽으로 이주해 트레일러 집에 살며 농장을 시작하는 한인 이민 1세대 가족의 이야기 ‘미나리’가 영화계의 화제작이 되면서 감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미 전역 뿐만 아니라 영화의 배경이 된 알칸사주 언론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정이삭 감독(영어명, Lee Isaac Chung, 42세). 그가 만든 4번째 작품인 ‘미나리’가 각종 영화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가운데 영화의 모티브가 된 정이삭 감독의 삶과 이민자 가족의 삶을 보려는 언론의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정이삭 감독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다. 콜로라도에서 태어난 뒤 2살이 되던 해 알칸사 주로 이사했다. 오클라호마주와 경계에 있는 워싱턴 카운티 끝자락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알칸사주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영화속 스티븐 윤이 연기한 제이콥의 나이가 될 때까지 그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랐고 영화의 배경에는 내가 봤던 당시 풍경들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백인이 아니었던 자신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냈다.

정감독는 첫 작품부터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 비주류의 이야기였다. 20대의 뜨거운 마음으로 떠난 르완다에서 르완다의 언어로 대학살의 현장을 작품에 녹여냈고 영화는 칸영화제에 초청됐다. 그리고 또다시 비주류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기를 두차례 거듭한 이후 자신의 어린시절이 있던 알칸사의 작은 마을과 1980년대로 돌아왔다.

선덴스 영화제에서 미나리는 비평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그리고 정이삭 감독에게 첫 유명작이자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첫 작품이 됐다. 그리고 각종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전형적인 ‘한국의 할머니’를 보여준 배우 윤여정 씨의 명품연기에 여우조연상 수상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오스카 상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 글로브에서도 ‘미나리’는 수상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영화 미나리가 “미국 국적자 감독이 미국내에서 미국을 배경으로 한 ‘미국영화’임에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 관객들과 영화 비평가들의 비난이 나온다. 미국이 배경이고, 미국에 이민온 이민자의 이야기임에도 영어가 영화의 절반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 ‘외국어 영화’에 든 이유다. 이를 두고 골든 글로브의 외국어영화 선정 기준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영화’인 미나리가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은 1980년대 ‘이민 1세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정이삭 감독은 한 영화제 시사회에서 “나의 부모님, 스티븐 연의 부모님이 함께 영화를 본 후 말없이 포옹했다”고 말했고 스티븐 연은 같은날 무대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들은 영화속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봤고 영화밖에서는 그렇게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들을 마주하며 공감했다”고.

 

안미향 기자

Texasn.com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