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NBC
텍사스에서 한 남성이 임신 중인 여자친구 몰래 낙태유도약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을 음식에 넣어 유산에 이르게 한 혐의로 ‘사형에 해당하는’ 자본살인죄(capital murder)로 기소되면서, 낙태약 사용을 엄벌하려는 새로운 법적 시도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낙태를 보조한 사람에게 단순 낙태 관련 처벌이 아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낙태 접근을 제한하려는 사례로, 동시에 “태아를 법적 인격체(person)”로 간주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피의자 저스틴 앤서니 반타(39세)는 여자친구가 임신 사실을 알린 후 낙태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자, 미페프리스톤을 담은 쿠키와 음료를 먹인 혐의를 받고 있다. 하루 뒤 여성은 유산을 겪었고, 이에 따라 텍사스 레인저스는 자본살인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여성에게 약물을 먹인 불법투약 사건이 아니라 “태아를 죽인 행위로 곧 살인”으로 규정한 데 있어 법적, 사회적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SMU 법대 조애나 그로스먼 교수는“이 사건의 핵심은 여성에 대한 폭력보다 태아를 독립된 존재로 분리하여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하고 “법적으로 임신부와 태아를 분리시키는 구조는 향후 생식의료 전반, 형사법, 이민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로스먼 교수는 “만약 이번 사건에서 자본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IVF(체외수정) 등에서 발생하는 냉동 배아 폐기조차도 살해로 여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 알라바마 주 대법원이 냉동배아를 ‘자녀’로 판결한 사례처럼, ‘언제부터 생명이 시작되느냐’는 문제는 미국 내에서 치열한 정치·법적 쟁점이 되고 있다.
또한, “임신부가 구금될 경우 태아 또한 불법 구금 상태가 되는지, 임신부가 추방될 경우 태아가 미국 시민권을 가진 상태라면 그 역시 위헌인지” 등 새로운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타 사건은 공감받기 어려운 인물에 대한 극단적 기소를 통해, 대중의 눈길을 끌고 반낙태 진영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로스먼 교수는 “이 사건은 일종의 ‘시범 사례(trial balloon)’로 태아 인격권 논리를 대중에 자연스럽게 주입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텍사스 생명권 단체(Texas Right to Life)의 존 시고 회장은 “이번 사건은 Plan C 등 웹사이트를 통해 의료 감독 없이 유통되는 낙태약의 위험성을 드러낸다”며,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며 더 많은 유사 사건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텍사스 법은 낙태를 받은 임신부 본인에게는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예외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언론 보도와 수사 방식은 일반 대중에게 ‘낙태는 곧 살인’이라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블레이크 로캅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검사들이 자본살인죄를 낙태약 제공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문을 연 것”이라며 “법적 효과보다 공포 효과(chilling effect)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