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 D.C.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접수’ 위협 속에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금) 자정부터 연방 법집행기관 인력을 대거 투입해 시내를 봉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새벽 시내 곳곳에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경찰 순찰만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 발표에서 “7일간의 보안 봉쇄를 실시하고 필요 시 연장할 수 있다”며 “워싱턴을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백악관은 금요일 밤 120명 이상의 연방 법집행 요원이 투입됐으며, 불법 총기와 마약 소지로 체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주말 ‘정부 효율성 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고위 관계자가 10대들로부터 차량 절도 시도 중 폭행을 당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경찰은 15세 청소년 2명을 체포했으며 추가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D.C.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연방이 직접 접수해 범죄를 끝내겠다”며 자치권 박탈과 주방위군 투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워싱턴은 2023년 치솟았던 살인과 차량 절도 사건이 2024년 크게 줄었으며, 올해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차량 절도 관련 청소년 범죄 비율은 여전히 50%를 넘는다. D.C. 의회는 올여름 청소년 통금 강화를 위한 긴급법을 통과시켰으며, 치안 당국은 특정 구역에서 ‘집단 청소년 야간 모임’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연방 법집행 인력을 D.C.에 배치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경찰청 직접 장악은 ‘비상사태 선포’가 필요하며,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 중이라는 ‘1973년 홈 룰 법(Home Rule Act)’ 폐지는 의회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법은 닉슨 대통령 시절 제정돼 D.C. 주민이 시장과 시의회를 직접 선출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D.C. 정책은 국립공원관리청(NPS)을 통해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NPS는 수도 내 공원에서 노숙인 야영지를 집중 철거하고, 공공장소에서 대마초를 피운 사람을 체포하는 단속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2020년 시위로 철거된 남부연합 장군 동상을 복원·재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무리엘 바우저 시장과 D.C.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