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텍사스트리뷴 (Photo illustration by Cengiz Yar/ProPublica. Source images: Reuters.)
트럼프 행정부가 텍사스에서 법원을 지렛대로 활용해 정치적 목표를 관철하는 전략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텍사스트리뷴과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텍사스주 지도부와 보수 진영의 협력이 맞물리며 선거구 재조정, 이민자 학비 지원 폐지, 교회의 정치 참여 허용 등 굵직한 정책 변화가 법원을 통해 신속히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미 법무부는 텍사스 주의회가 2021년에 확정한 연방 하원 선거구 지도가 “위헌적 인종 게리맨더링”이라고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소송 가능성을 언급한 이 서한은 결과적으로 그레그 애봇 주지사와 켄 팩스턴 주 법무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선거구 재조정에 착수할 정치적 명분을 제공했다.
이후 열린 주 의회 특별 회기에서 공화당은 홍수 피해 대책보다 선거구 개편을 우선 처리했고, 새 지도로 공화당이 최대 5석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흑인·히스패닉 단체들은 즉각 위헌 소송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 자녀에게 주립대 등록금 인하 혜택을 주던 ‘텍사스 드림법’도 무너뜨렸다. 주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부결되자, 법무부와 팩스턴은 회기 종료 이틀 뒤 연방법원에 공동 제소했고, 트럼프 임명 판사가 즉시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년 넘게 유지된 제도가 단 하루 만에 사라진 것이다. 민주당 전직 의원 레티시아 반 더 푸트는 “주민 의사를 우회한 협력적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전술은 종교 분야에도 적용됐다. 보수 교회들이 정치 활동 금지를 규정한 ‘존슨 수정안’을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법무부는 원고 측과 협력해 합의 판결을 추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부터 약속했던 교회 정치 자유화 공약을 법정을 통해 관철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종교 자유 단체들은 “행정부와 일부 교회가 결탁해 의회를 우회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샌포드 레빈슨 텍사스대 법학과 교수는 “행정부가 의회와 법원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하며 권력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며 “위헌적이고 권위주의적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소송 후 합의(sue and settle)’ 방식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확장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주 법무장관이 자국 법을 무효화하기 위해 연방정부와 손잡은 전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주에서는 텍사스식 게리맨더링에 맞서 민주당 우세 지역을 늘리려는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이번 전략이 전국적 정치 전술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짐 해링턴 전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 설립자는 “법원을 통한 협력 소송이 반복되면 사법부 독립과 민주주의 제도가 근본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라며 “매우 심각한 공격”이라고 경고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