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 (Port workers toss baskets of ice to keep catch fresh at the port of Visakhapatnam. Diaa Hadid/NPR)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으며 50% 관세
- 경제학자들, 25% 관세는 감내 가능했지만 50%는 사실상 생존 불가능한 수준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해산물은 새우다. 1인당 연간 약 2.5kg(5.5파운드)을 소비하며, 이 중 약 40%가 인도에서 수입된다. 2023~2024 회계연도에만 인도는 미국으로 25억 달러 규모의 새우를 수출했다. 그러나 이 거대한 교역 흐름이 최근 사실상 멈췄다고 NPR이 보도했다.
NPR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으며 지난 8월 새우를 포함한 인도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몇 주 뒤 이를 50%로 두 배 인상했기 때문이다.
인도 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는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2023년 기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새우의 75~85%가 미국으로 수출됐기 때문이다. 비사카파트남 인근 마을에서 만난 여성 노동자들은 수주일째 공장 문이 닫히거나 근무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호소했다.
10년간 새우 가공공장에서 일한 싱글맘 시타는 7월 이후 호출을 받지 못했다. 두 아들의 학업을 중단시키고 사채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성 치니는 “발이 붓고 허리, 관절이 아파도 하루를 쉬면 임금을 못 받기 때문에 진통제를 먹으며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도의 새우 산업은 양식장 10만 곳, 가공공장 240여 곳을 비롯해 부화장·사료공장·수출업체 등 100만 명 이상을 고용해 왔다. 그러나 미국 수요가 사라지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관세 인상 직전 아시아산 새우의 대미 수출이 급증했으나, 8월 이후 인도 내 새우 농가의 판매량은 90% 가까이 급감했다. 파완 쿠마르 군투루 인도수산물수출협회장은 “모든 선적이 중단됐다”며 “영국, 유럽, 한국, 일본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이미 수익성 악화를 호소한다. 비사카파트남 인근에서 새우를 기르는 라자크리슈난 라주는 “이번 수확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관세는 우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제학자들은 25% 관세는 감내 가능했지만 50%는 사실상 생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존스홉킨스대 쇼미트로 채터지 교수는 “문제는 이번 관세가 의류, 신발, 가죽, 식품가공 등 고용을 떠받치는 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라며 “인도 내 드문 안정적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도 상공부는 관세 대응 방안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체 시장을 찾겠다고 약속했지만,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채터지 교수는 “이전까지만 해도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안정적 파트너로 각광받았지만 이번 조치로 기회가 말라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인도산 새우가 미국내 소비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인도산 새우 수입중단은 미국 해산물 시장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0% 관세로 인한 인도 내부 경제악화도 문제지만 소비량의 절반가까이를 인도산에 의존한 미국내 소비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물량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해당 국가들에도 관세 문제가 불거지면 미국내 해산물 가격 상승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