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PBS
- “비용만 증가… 접종률 저하 우려”
- 근거 없는 주장 반복… ‘1998년 조작된 논문’ 이후 이어진 논란
- CDC 공식 홈페이지 “MMR을 세 가지로 나눠 맞을 과학적 이점은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대행이 홍역·볼거리·풍진 혼합 백신(MMR)을 세 가지 단일 백신으로 나눠 접종해야 한다고 제약사에 촉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미 보건복지부(HHS) 부장관이자 CDC 대행인 짐 오닐(Jim O’Neill) 은 6일(현지시간) SNS X(옛 트위터)에 “백신 제조사들은 MMR 복합 백신을 대체할 안전한 단일(monovalent)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MMR 주사를 세 개의 별도 주사로 분리하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올린 게시글을 인용한 것으로, 트럼프는 당시 “MMR 백신은 분리 접종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다.
CDC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MMR을 세 가지로 나눠 맞을 과학적 이점은 없으며, 기존 복합 백신은 수십 년간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돼 왔다”고 명시하고 있다.
폴 오핏(Paul Offit)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백신전문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MMR을 분리해 접종한다고 해서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비용만 늘고 접종률은 오히려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크(Merck) 측은 성명을 통해 “MMR 백신을 단일 백신으로 대체하면 주사 횟수가 늘어나 접종 지연이나 누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는 단일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 승인된 제품이 없다”고 밝혔다.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도 “복합 백신은 접종 과정을 단순화해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그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장이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 의 논문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한다. 해당 논문은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이후 조작 사실이 밝혀져 철회됐다.
미국소아과학회(AAP) 는 “해당 주장은 완전히 반박되었으며, 여러 나라에서 수십 년간 진행된 연구에서도 MMR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은 없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MMR은 따로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섞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CDC는 “MMR을 세 가지로 분리해 접종하더라도 안전성이 향상되지 않으며, 오히려 접종 지연과 비용 증가로 공중보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