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Texas A&M University
- 2027년 5월까지 적용… 교육·의료·연구 현장에 파장 확산
- 행정 명령의 핵심: “신규 H-1B는 원칙적 불허”
- 전면 실태 조사… 2026년 3월 27일까지 보고 의무
- 텍사스 주요 공립대와 연구기관들, 채용 중단·조건부 오퍼 보류
그레그 에봇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달 공립대학과 주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H-1B 전문직 취업비자 신규 신청 전면 동결을 공식 지시하며, 공공부문 외국인 인력 활용에 대한 강도 높은 재검토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2027년 5월까지 유지될 예정으로 고등교육·의료·과학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혼란과 장기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봇 주지사가 서명한 지침에 따라 텍사스 내 모든 주정부 기관과 공립 대학은 텍사스 인력위원회(TWC)의 서면 허가 없이는 새로운 H-1B 비자 청원을 시작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해당 조치는 텍사스 제90회 정기 입법 회기 종료일인 2027년 5월 31일까지 유효하다. 다만 현재 근무 중인 H-1B 소지자의 체류 연장은 지침상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았으나, 기관별로 해석이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애벗 주지사는 “특히 납세자 자금으로 운영되는 일자리는 텍사스 주민에게 우선 제공돼야 한다”며 공공부문에서의 ‘주민 우선 채용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번 지침은 신규 채용 제한에 그치지 않는다. 주지사는 공공부문 H-1B 활용 실태 전면 조사를 명령했다. 모든 대상 기관은 2026년 3월 27일까지 TWC에 025년도 신규 및 갱신 H-1B 청원 건수와 현재 후원 중인 비자 소지자 수, 국적, 직무 설명, 비자 만료일, 외국인 채용에 앞서 자격을 갖춘 텍사스 거주자에게 우선적으로 지원 기회를 제공했음을 입증하는 문서화된 증빙 자료를 포함한 상세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침 발표 직후 텍사스 주요 공립대와 연구기관들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텍사스 A&M 대학교 등 대형 주립대들은 신규 H-1B 채용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지침 준수를 선언했다. 특히 4월 H-1B 캡(cap) 신청을 앞두고 이미 발송됐던 일부 조건부 합격 통지서가 취소되거나 보류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보수 매체의 문제 제기 이후, 애봇 주지사실은 지난주 텍사스 A&M 대학교 시스템에 H-1B 비자 관련 인력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A&M은 약 5년간 H-1B 비자 후원과 관련해 약 325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같은 기간 텍사스대학교 달라스 캠퍼스는 약 110만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텍사스대학교(UT) 시스템도 산하 13개 대학의 비자 현황을 주지사실에 제출했으며, “신규 신청을 동결하고 향후 텍사스 노동위원회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과학 분야의 충격도 크다.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와 같은 대형 의료 연구기관은 수백 명의 외국인 연구원과 의사를 고용하고 있어, 암 연구와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장기적 인재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자가 시급한 연구자와 전문직 인력들은 대안을 찾고 있다. 일부는 O-1(예술·과학 특수 재능), J-1(교환 방문) 등 다른 비자 카테고리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지침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 기업(테크 기업 등)으로 진로를 전환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연방 이민 통계에 따르면 2025년 9월 30일 기준, 텍사스 내 교육기관 중 달라스교육구가 230명으로 가장 많은 H-1B 비자 소지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220명), 텍사스 A&M(210명)이 뒤를 잇고 있다. 이 밖에 MD 앤더슨 암센터,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도 주요 고용기관으로 꼽힌다.
고등교육계와 이민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텍사스의 연구·혁신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학총장연합(Presidents’ Alliance on Higher Education and Immigration)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미리엄 펠드블럼은 “미국 고등교육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해 온 이유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미 강화된 연방 비자 규제가 대학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봇 주지사는 이번 조치를 “텍사스 주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납세자의 돈이 외국인 노동자보다 자국민에게 먼저 쓰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H-1B 수수료 인상(특정 경우 10만 달러), 고임금 노동자 우선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행보다. 다만 이민 정책은 연방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주 정부가 대학과 주기관의 비자 신청을 제한하는 것이 권한 남용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플로리다에서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해 공립대학의 H-1B 활용을 제한하라고 지시했으며, 플로리다 주립대학 이사회는 2027년 초까지 신규 비자 채용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