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악시오스
- 국무부 “자녀 시민권 취득 목적의 방문비자 사용 불허” … 9월 신규 비자 제한 정책 발표
- 원정출산 알선업체·허위서류 조력자도 제재 대상 … 의료 목적 방문은 별도 심사
- 한국인 무비자 방문객도 입국 목적 주의 … 임신 자체가 입국 금지 사유는 아냐
[텍사스N] 미국 정부가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이른바 ‘원정출산(Birth Tourism)’에 대한 비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방문비자를 이용한 원정출산을 제한하는 기존 규정에 더해 상업적 원정출산을 알선하거나 비자 신청 과정의 허위진술을 돕는 업체와 관계자까지 제재 범위를 확대했다.
미 국무부는 최근 원정출산이 미국 방문비자의 허용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국무부의 공식 비자 안내에는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할 주된 목적으로 미국에서 출산하려는 여행은 방문비자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임신부의 미국 방문이나 미국 내 출산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제한하는 것은 자녀의 시민권 취득을 주된 목적으로 방문비자를 신청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다.
9월 23일 신규 정책 발표 … 원정출산 알선망까지 제재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미 국무장관은 지난 9월 23일 상업적 원정출산에 관여하는 개인과 업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비자 제한 정책을 발표했다.
국무부는 일부 원정출산 알선업체들이 미국 시민권 취득을 상품처럼 홍보하면서 외국인들에게 수만 달러를 받고 미국 출산을 주선해 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비자 신청자에게 방문 목적을 허위로 진술하도록 지도하거나 미국의 공공의료 지원제도를 부정하게 이용하도록 돕는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 국무부의 설명이다.
새 정책은 이민·국적법(INA) 제212조(a)(3)(C)를 근거로 상업적 원정출산 알선업체의 소유주와 운영자, 관리자뿐 아니라 비자 신청 사기를 돕는 중개인, 원정출산을 고의로 지원하는 해외 의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일부 경우에는 관련자의 가족도 비자 제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국무부는 원정출산 관련 비자 사기와 공공혜택 부정 이용을 방지하고 미국 이민제도의 신뢰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원정출산 제한은 2020년부터 시행
미국의 원정출산 관련 방문비자 제한은 이번에 처음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국무부는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20년 1월 24일부터 B계열 비이민 방문비자 발급 규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영사는 신청자가 미국에서 출산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려는 것을 주된 방문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으면 B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B-1 비자는 단기 상용 방문, B-2 비자는 관광과 친지 방문, 의료 목적 방문 등에 사용된다. 두 목적을 함께 허용하는 B-1/B-2 복합비자도 발급된다.
미국 정부는 출산을 통한 시민권 취득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일반적인 관광이나 방문 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8월 행정명령 이어 전담조직 설치 … 허위 방문 목적 적발 시 비자 취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원정출산 방지를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국무부와 국토안보부에 원정출산 목적의 비이민비자 사용을 차단하기 위한 규정과 지침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행정명령에는 원정출산을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의 비자 및 여행허가 거부, 기존 허가 취소, 입국 거부, 추방 등의 조치가 포함돼 있다.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영구 입국금지 조치도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모든 사례에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처분은 관련 법률과 개별 사안에 따라 결정된다. 행정명령은 인도주의적 사유나 미국의 국가이익에 따른 예외도 허용한다.
국무부는 이어 8월 12일 원정출산 단속 전담조직을 설치했다고 발표하고 실제 비자 취소 사례를 공개했다.
국무부가 제시한 사례 가운데 한 부부는 학회 참석과 쇼핑을 방문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두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무부는 이들이 비자 신청 과정에서 방문 목적을 허위로 진술했다고 판단해 비자를 취소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외국 정부 관계자가 일주일간 공무 출장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은 뒤 미국에 3개월간 머물며 출산한 사실이 확인돼 비자가 취소됐다.
올랜도 관광을 목적으로 비자를 신청한 외국인이 미국 입국 후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닷새 만에 출산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무부는 이러한 사례들이 방문 목적에 대한 허위진술 문제를 보여준다며 단속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신 중 미국 방문은 가능 … 의료비 부담 능력 중요
원정출산 규정이 강화됐다고 해서 임신부의 미국 방문이 모두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임신한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입국 심사관은 출산 예정일과 미국 체류 기간, 방문 목적, 의료보험 가입 여부, 의료비 부담 능력, 귀국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체류 중 예상되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
의료 목적의 B-2 방문비자도 별도로 허용된다. 국무부에 따르면 의료 목적 방문 신청자는 미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의사 소견서, 미국 의료기관의 진료 계획과 예상 비용, 치료비와 체류비를 부담할 수 있다는 재정 증빙 등을 요구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의료 목적 방문과 시민권 취득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원정출산은 구분해야 한다.
한국인 ESTA 방문객도 입국 목적 정확히 밝혀야
한국 국민은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따라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 관광이나 단기 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다.
그러나 ESTA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미국 입국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CBP는 ESTA가 비자가 아니며, 최종 입국 허가 여부는 공항 등 입국항에서 심사관이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인 방문객도 입국 목적과 체류 계획을 사실대로 설명해야 한다. 특히 임신 중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출산 예정일, 체류 기간, 의료비 부담 계획 등과 관련한 질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방문 목적을 관광이라고 밝히면서 실제로는 미국 출산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허위진술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반대로 임신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원정출산 목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에 거주하는 가족을 방문하거나 단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여행 등은 개별 사정에 따라 판단된다.
출생시민권 문제와 방문비자 규정은 별개
원정출산 단속 강화는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 인정 문제와도 연결돼 있지만, 두 사안은 법적으로 구분된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사람의 시민권을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생시민권 인정 범위를 제한하려는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연방대법원은 올해 6월 기존의 광범위한 제한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이후 행정부는 원정출산 단속과 일부 예외 범위에 초점을 맞춘 추가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따라서 미국 출생자의 시민권 인정 여부와 부모가 적법한 방문 목적 및 입국 자격을 갖췄는지는 각각 별도의 법적 판단 대상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방문비자를 이용해 출산을 주선하는 상업적 알선망과 허위 비자 신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방문을 계획하는 한국인들은 방문 목적을 정확하게 밝히고, 의료 목적 여행의 경우 진료 일정과 비용 부담 계획을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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