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홈페이지
텍사스주가 불법체류 이민자 대학생에게 제공해 온 ‘주내 학비(in-state tuition)’ 혜택을 전격 폐지했다. 지난 24년간 시행돼 온 해당 제도는 5일(목) 연방 법무부가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자마자 사실상 종료됐다.
미 법무부는 이날 북텍사스 위치타폴스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연방법에 따라 공립 대학들은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자보다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텍사스주는 해당 제도의 위헌성을 법원에 자진 인정하며 폐지를 요청했고, 곧바로 리드 오코너 연방판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텍사스 법무장관 켄 팍스턴은 “불공정하고 반미국적인 조항을 없앤 것은 텍사스의 큰 승리”라고 말했다. 미 법무장관 팸 본디 역시 “시민권자를 2등 국민처럼 취급하는 법률은 어디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2001년 당시 미국 최초로 불법체류 이민자에게 주내 학비 혜택을 제공한 텍사스는 그간 해당 법안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 판결로 대학 진학의 문이 급격히 좁아질 전망이다.
기존 제도는 불법체류 학생은 고교 졸업 전 3년 이상, 대학 입학 전 1년 이상 텍사스에 거주한 경우 주내 학비 적용을 받을 수 있었으며, 합법적 체류 신분을 추구하겠다는 서약서 제출이 필요했다. 텍사스 고등교육위원회에 따르면 약 1만9 ,000명의 학생이 이 조건을 충족해 서약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제도를 폐지하면서, 대학 등록과 학위 취득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진보 성향 비영리단체 ‘에브리 텍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해당 제도를 통해 등록한 학생들은 총 8,100만 달러(약 1,100억 원)에 달하는 학비를 납부했다. 제도 폐지로 인한 대학 재정 손실은 물론, 관련 산업과 지역 경제에도 큰 여파가 우려된다.
올해 초에는 관련법 폐지를 담은 상원 법안(SB 1798)도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본회의 상정에는 실패했다. 해당 법안은 무등록 학생의 장학금 수령을 금지하고, 잘못 분류된 학비 차액을 30일 내 납부하지 않을 경우 졸업장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법안 발의자인 메이스 미들턴 상원의원은 차기 주 법무장관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하원에서는 코디 바수트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제출했으며, 이민자 학생들에게 영주권 신청 증명을 요구하도록 했지만 해당 법안 역시 위원회에서 폐기됐다.
비영리 장학단체 TheDream.US의 공동설립자 돈 그레이엄은 “무등록 학생들은 이미 연방 보조금이나 학자금 대출 혜택에서 배제되어 있다”며 “이번 조치는 그들의 대학 진학 자체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이민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해당 제도 폐지는 텍사스 경제에 연간 약 4억6천만 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휴스턴 지역 교육권익 단체 EdTrust의 주디스 크루즈는 “이번 판결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뿐 아니라 주 경제와 사회적 연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민자 권익 단체 FIEL(Immigrant Families and Students in the Fight)은 법원 결정에 반발해 항소를 예고했다. 시저 에스피노사 FIEL 대표는 “주내 학비가 없다면 많은 학생들은 텍사스에서 자랐어도 타 학생보다 3~4배 더 많은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이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주하원 공청회에서 동생들과 함께 증언에 나서 “24년간 이 제도는 성공적으로 작동해 왔으며, 이는 베풂이 아니라 모든 텍사스 학생이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