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킬린한인회 제공 (38대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한 문정숙, 정필원 후보가 38대와 39대 한인회장으로 각각 1년씩 맡기로 합의한 뒤 합의서를 공개했다.)
38대 텍사스 킬린 한인회장 선거가 ‘경선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회칙에도 없는 ‘두 후보의 회장 1년씩 나누기’를 결정,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킬린 한인회는 지난 9월 제38대 킬린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단을 구성 위촉했다. 선관위원장과 6명의 선관위원들은 ‘제38대 킬린 한인회장 선출 입후보 공고’를 내고 “킬린 한인회장 후보 등록은 한인회 회칙 제33조, 35조에 의거해 자격요건과 등록서류”를 공개했다.
선관위 공지가 나가고 킬린에서는 두 명의 후보가 한인회장에 도전했다. 회칙에 따라 두 후보는 경선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킬린 한인회와 선관위는 지난 11월 29일 “38대 한인회장 후보가 문정숙, 정필원 두 분이 경선이 되었음으로, 합의하에 경선을 피하고 38대 한인회장 정필원, 39대 한인회장 문정숙으로 선관위에서 <임기 1년> 결정하였음을 공고합니다”라고 발표했다.
회장선출은 회칙에 따라 공고하면서도 선출은 회칙과 무관한 결정으로 두 명의 후보가 나란히 38대와 39대 회장, 그것도 회칙이 정한 2년 임기가 아닌 1년씩 나눠서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결국 킬린 한인회장 선출을 두고 “회칙에도 없는 두 명의 후보가 1년씩 회장을 나눠먹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칙에도 없는 자의적 결정, “민주주의가 아니다”
‘한인회장 나눠먹기’를 두고 킬린 한인사회에서는 “투표라는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행위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대 킬린 한인회장을 역임한 이강일 전 회장은 “38대와 39대를 1년씩 한다는 것은 선거규칙에 없다”면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킬린 한인회, 한인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킬린 한인사회에서는 한인회를 몇몇 사람이 소유한 것이라고 오판하고 있고 이는 아주 큰 문제라고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전직 회장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며 “아무리 킬린 한인사회 규모가 과거보다 적어진다지만, 회칙과 무관한 결정, 회칙에도 없는 규정을 적용해 한인회장을 선출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한인들은 없다”고 지적했다.
윤정배 현 회장 “경선은 절대 안된다. 동포사회 분열의 길을 막는 것이 회장의 직분”
킬린 한인회 윤정배 회장은 “1년씩 나눠가진 것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을 안다”면서도 “한인회장은 동포사회가 선거로 인해 파열되고 갈등과 반목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 훈훈한 소식을 전해주는 것이 한인회장의 바람이기에 경선을 피해야 했다. 중남부연합회도 미주총연도 경선으로 파행을 겪었고 이런 분열이 킬린 한인사회에서 나오면 안된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며 두 후보가 합의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따라서 두 후보가 합의하에 그렇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경선은 막아야 한다”면서 “한인회장의 월권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경선이 되면 분란이 생기기에 결정한 것이다. 결론은 리더가 책임지는 것이므로 이후 한인사회의 잡음에 대해서는 회장인 내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합의한 사안을 따른 것”이라는 윤정배 회장의 말에 대해서도 지적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회장선거를 관리하고 추진하며 후보들이 정당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이 경선을 피하기 위해 합의했다는 것은 회장선출의 주체가 한인회가 아니라 후보라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며 “한인회에 쏟아질 비난을 후보들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선을 피하기 원했다면 후보 중 한 명이 중도포기를 선언하고 차기 회장직에 도전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인회와 선관위는 “후보가 합의했으니 1년씩 나눈다”는 것을 허용했다.
“경선을 안할 거면 선거공고는 왜? 선거공고는 회칙대로 선출은 내맘대로?”
윤정배 회장의 말대로 “경선을 막기 위해 선거를 치르지도 않고 두 후보가 1년씩 나눠가진” 부분에 대해 킬린 한인사회 리더들은 “그렇게 할 거면 선거공고 자체를 왜 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선거공고는 한인회칙 제33조, 제35조에 따라 진행했다. 회장선출은 선거를 통해서 하는 것이지만 단독후보일 경우 무투표당선 원칙을 지키는 곳이 많다. 하지만 경선을 피하기 위해서 두 명의 후보가 1년 씩 “회장 자리를 나눠갖는” 한인회는 미주한인사회 어디에도 없다.
경선을 치르면 한인사회가 분열된다는 윤정배 회장의 논리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선을 치러보지도 않고 분열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못담그는 형국”이라는 셈이다. 또 “한인사회가 분열될 것이므로 1년씩 나눠먹겠다는 것 역시 말도 안된다. 이는 윤정배 회장과 이상건 선관위원장의 농간이다. 이들이 회장직 나눠먹기를 허용한 저의가 의심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강일 전회장 “모든 선거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면서 “한인회장을 선출하겠다고 해놓고 짬짜미로 나눠먹는 것은 한인사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킬린 한인회장 경선의 역사, 한인사회 분열된 적 없다”
킬린 한인회는 1973년 창설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대 회장부터 현 37대까지 단독 입후보도 있었고 경선도 있었다. 윤정배 회장 말대로라면 경선때마다 킬린 한인사회는 분열됐어야 한다.
이강일 회장은 이에 대해 “27대 회장 선거에 나설 때 경선이었다. 당시 김유진 후보와 내가 맞붙었고 치열한 선거운동을 벌였지만 동포사회는 분열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인사회에 큰 이벤트로 많은 한인들이 한인회에 관심을 갖게 됐던 기회였다”며 “경선이 되면 동포사회가 분열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킬린 한인회 창설맴버로 한인회 역사를 꽤뚫고 있는 또 다른 전직 회장 역시 “1대부터 37대까지 킬린 한인회에서 단 한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던 초유의 사태”라면서 “회칙에는 분명히 회장의 임기를 2년으로 두고 있다. 후보가 두 명이건 세 명이건 경선이 될 경우 선거를 치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상식이다.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정당한 투표를 통해 다수표를 받는 사람이 회장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한인회는 반드시 회칙 내에서 운영되어야 하지만 현재 한인회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38대 킬린한인회장 후보자 합의서 (기호1번 문정숙, 기호2번 정필원) – 두 후보가 한인회장 임기 2년을 각각 1년씩 나누기로 합의한 합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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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알림] 본지는 킬린한인회 선거관리위원회 이상건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