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대통령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21기 협의회장 및 자문위원 임명이 완료됐다.
29일(한국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1기 민주평통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혼용한 신조어를 만든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이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있다”며 대한민국 내부를 겨냥했다.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바라보는 의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일본의 반성도 요구하지 않았다. 역대 보수정권 모두 일본의 반성을 요구한 것과 비교된다.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광복절에 할 말인가 귀를 의심케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흡사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의 발언과 비슷하다. 적대적 단어의 나열만 있을 뿐이다. 통일의 주체가 되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단일가치가 지배하는 한국을 원하는 모양이다. 단일가치가 지배하는 사회를 전체주의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나치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 추종세력’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공산전체주의 세력인지 추종세력인지는 알아서 해석하라는 듯 말만 던진다. 비판의견은 모두 공산전체주의 추종세력으로 낙인된다.
내가 말하는 것이 정의며, 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이다. 이는 전체주의를 지향한다는 자기고백이다. 의장인 대통령은 민주평통 고위간부들에게도 본인의 ‘철통같은 극우 신념’을 심어주고 있다. 민주평통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을 맹종하는 세력이 통일의 걸림돌이라는 윤 대통령에게 ‘민주평화통일’이 무엇일까?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토를 수호할 의무를 지는 국민에 의한 선출권력이 ‘한반도 평화통일’보다는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통일부 예산을 줄이면서 민주평통 예산은 늘렸다. 통일 관련 사업을 관장하는 국가부처의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통일에 대한 자문기관에 예산을 늘린다? 앞 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21기 민주평통을 어떻게 활용하려고 하는지 예측가능한 부분이다.
시민단체 지원금은 ‘카르텔’이라며 축소하고 극우보수 시민단체인 자유총연맹 지원금은 늘렸다. 통일부 예삭축소와 민주평통 예산증액도 유사행보로 해석된다.
민주평통을 어떻게 활용하려는지 보이는 대목은 ‘극단적 우익의 대거 귀한’에서도 볼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적절한 조화로 이념논쟁보다는 한반도의 평화적, 민주적 통일을 위한 역할을 당부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해외자문위원들에게 “재외 평통 위원들은 글로벌 한인 인재 네트워크를 이루어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전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문에 힘써야 할 평통위원에게 하는 말인지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의 원칙과 정신’이라는 3국 공동 발표 문서에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을 미국과 일본이 지지한다고 명확하게 적시돼 있다”며 “한미일 3국 공동선언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기반 통일을 언급하고 지지를 표명한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지, 대한민국 정부의 방향은 무엇이며 해외자문위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그럴듯한 밥상이지만 먹을 것이 없는 꼴이다.
연설문 작성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경질해야 맞다. 자리에 걸맞는 문장과 의미전달로 대통령을 보필해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학의 창시자인 막스 베버는 좋은 정치인의 자질로 세 가지를 들었다. 열정과 책임의식, 균형감각이다.
이태원참사, 오송지하차도참사 등을 볼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책임의식’이 없다. 비판적 감시기능을 하는 언론과 시민단체, 야권에 대해 공사전체주의 추종세력이라 치부하는 것과 그간의 외교행보를 보더라도 대통령에게는 ‘균형감각’도 없다. 단일가치와 내편들과만 대화하는 ‘열정’은 있어 보인다.
민주평화통일을 위한 국가정책을 해외에 홍보하고 대통령에게 ‘민주평화통일’을 자문하는 ‘민주평통’의 수장은 대통령이다. 북한과 대화보다는 대립을 강조하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보다 격화시키는 대통령에게 ‘평화’에 대한 인식이 있는지 묻는다. 자문위원들은 ‘평화’를, ‘자유’를, ‘통일’을 자문을 할 수 있을까? ‘전쟁 불사’라는 극단적 단어에도 박수부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앞서나가는 우려이길 바랄 뿐이다.
평화란, 군사적위협에 대한 방어와 한반도에서 무력충돌과 전쟁의 위험이 제거된 상태를 말한다. 국가권력은 대통령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은 국가권력자인 국민의 명령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안미향 대표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