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안창호와 리버사이드 한인 노동자들(1912)
광복 80주년이다. 올해 8·15 광복절은 대한민국이, 재외동포들에게는 고국이, 한국계 미국인들에게는 부모의 나라가 일제에 빼앗긴 주권을 되찾은 지 80년을 기념하는 귀중한 날이다.
대한민국의 광복은 이름이 알려진 독립투사부터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제에 항거한 민중들의 피로 세워졌다. 그들은 ‘빼앗긴 들’에 ‘봄’이 올 때까지 일본의 압제에 저항했고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국가를 위해, 되찾고 싶었던 국권회복을 위해 수많은 이가 피를 흘렸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10대 청소년들이, 젊은 청춘들이 서대문 형무소에서 ‘광복’을 맞이하지 못한 채 고문속에서 생을 마쳐야 했다.
그런데
한인교회의 한 목사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식에 앞선 기도에서 “우리 민족에게는 해방할 힘도 없고 능력도 없었다”고 말한다.
귀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하나님이 미국을 통해 대한민국을 해방시켜줬다”고 한다. “우리는 해방할 능력이 없었지만 하나님이 미국을 통해 우리를 해방시켰다”는 것.
이 뿐만이 아니다. “일제, 그리고 중국의 압제와 압박 속에서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했다”라는 말을 뱉었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말이다.
그는 역사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중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적이 없다. 역사가 말해주듯 중국은 한반도를 끊임없이 침략했으나 우리 조상들은 이를 모두 이겨냈다. 중앙아시아와 동유럽까지도 접수했던 중국의 칭기스 칸도 우리 한민족을 흡수하지 못했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저력이다. 우리민족은 강하고 지혜로우며 위기를 이겨내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힘이 없고 무능력해 미국이 해방시켜 준 민족”이 아니다.
목사의 단어는 신중해야 한다. 종교지도자로서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안다면 역사 공부를 다시 하시라. 아니면 목회 과정에서 한국역사를 언급하지 마시라.
미주한인사회는 ‘금전으로 싸우는 독립군’이었다
1903년 하와이에 처음 발을 디딘 조선인들은 노동의 댓가로 받은 돈을 모아 독립자금을 보냈다. 캘리포니아와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등지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자금을 보내고 미국 내 주요인사들을 향해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미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도 많다.
텍사스 샌안토니오에는 고아원에서 자라 미국 유학을 거쳐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김규식 선생의 친 손자가 살고 있다. 이처럼 미주 한인사회 곳곳에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뜨거운 심장을 이어받아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일제강점기, 북미와 남미를 통틀어 한인사회 인구는 고작 1만여명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독립운동 자금의 젖줄’이었다고 할 정도로 독립운동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한 곳이 바로 미주 한인사회였다.
미주 한인사회는 ‘금전으로 싸우는 독립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활비를 아껴가며 독립자금을 지원하는 등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한 뒤 1945년 8월 15일까지 우리 민족을 대표하고 독립운동의 최고기관이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미주 동포들이 제공한 독립운동 자금 덕택에 오랜 기간 존속할 수 있었다. 또한 서재필 박사를 비롯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 이승만, 내무총장 안창호, 외무총장 김규식, 외무차장 현순이 등이 미주에서 활동한 대표적 독립운동 지도자들이다.
미국은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다. 그런데도 “우리 조상들은 힘이 없고 능력이 없어 미국의 도움으로 해방된 것”이냐고 묻고자 한다.
한국 독립운동 역사상 최초의 ‘의열투쟁’으로 기록된 일은 장인환 · 전명운 두 의사가 1908년 3월 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친일 외교관 스티븐스를 처단한 의거였다.
이를 계기로 하와이의 한인합성협회와 북미의 공립협회가 하나가 됐고 결국 1909년 2월 1일 미주 최대의 독립운동 기관인 ‘국민회’가 성립된다.
‘국민회’는 1910년 2월 10일 대동보국회까지 통합하면서 미주 최고 한인 민족기관인 대한인국민회가 되었다. 대한인국민회는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 해외 한인의 ‘정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보시라. 이럼에도 우리 민족은 힘이 없고 능력이 없었는가?
국가 기념일인 광복절은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한국인이라면 누구가 기뻐해야 할 축제의 날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이 축제이듯 한국의 광복절도 축제이자 정치성향 여부를 떠나 주권을 회복한 것을 기뻐하는 날이다.
그런 날 종교지도자가 국가기념일에 기도라는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왜곡, 날조된 역사관을 한인들에게 주입한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기도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오히려 해외 독립운동가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후손들의 자긍심을 후벼팠다.
오히려 “전 대통령이 성범죄자도 아닌데 발에 족쇄를 채워 병원에 입원하게 하는 상황”이라는 가짜뉴스를 공공연히 내뱉는다.
그것도 광복 80주년을 맞는 우리민족 최대 기념일에.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