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계 겨냥 혐오 발언·반이민 정서에 아시아계 커뮤니티 우려 고조
- 시민단체 “차별 경험이 유권자 참여 촉진”…투표 절차·언어 장벽은 여전
- 11월 3일 중간선거 앞두고 아시아계 유권자 권익과 정치적 영향력 주목
[텍사스N]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텍사스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혐오 행위가 잇따르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치 참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인도계를 비롯한 남아시아계 주민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달라스-포트워스 북부 교외지역에서는 종교와 출신 국가를 겨냥한 적대적 발언이 지역사회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일부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의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텍사스의 아시아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22일(목) 열린 휴스턴 커뮤니티 미디어 브리핑에서 최근 증가하는 반아시아계 정서와 중간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반응을 설명했다.
이들은 인종차별과 종교적 편견이 아시아계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치 과정에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 공직 후보의 인도계 비하 논란 … 애봇 주지사도 비판
최근 텍사스에서 논란이 된 대표적인 사례는 공화당 소속 철도위원회(Railroad Commission) 위원 후보 보 프렌치(Bo French)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다. 프렌치는 지난 9월 텍사스대학교(UT) 풋볼 경기장에서 인도계 미국인 학생들이 함께 응원하는 사진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그는 사진과 함께 UT 졸업식이 이런 모습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믿지 않았으며,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인도계 학생들이 대학에 다니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는 듯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비판을 불러왔다.
같은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도 해당 게시물을 비판했다. 그러나 프렌치는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UT의 입학 정책이 유색인종 출신 외국인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번 논란은 대학 캠퍼스의 인종적 다양성과 외국인 학생의 입학 문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
프리스코에서 인도 국기 훼손 … 종교적 혐오 구호까지 등장
북텍사스 프리스코(Frisco)에서도 인도계 주민들을 겨냥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클레이턴 워커(Clayton Walker)로 알려진 남성이 프리스코 시청 앞에 게양된 인도 국기를 끌어내린 사건이 있었다.
같은 달 북텍사스 일대에서는 인도계를 비하하는 문구를 대형 LED 화면에 표시한 트럭이 등장하기도 했다. 프리스코는 인도계를 포함한 남아시아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최근 인구 증가와 함께 문화적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는 도시다.
그러나 일부 지역 행사와 정치적 집회에서는 인도계와 힌두교, 이슬람교를 겨냥한 적대적 구호가 등장하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아시아계 유권자 권익단체인 SAVE Texas 교육기금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찬다 파르부(Chanda Parbhoo)는 올해 초 프리스코 시장 선거를 앞두고 열린 시의회 회의에 무장 민병대원들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는 힌두교도 추방을 요구하거나 백인 우월주의를 연상시키는 문구를 내건 대형 차량들이 등장했으며,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텍사스에 도입하지 말라는 구호도 나왔다고 전했다. 파르부는 이러한 상황이 남아시아계 주민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 방문 활동 중 만난 한 여성이 종교적 명절을 공개적으로 기념하거나 전통 의상을 입는 것조차 불안하게 느낀다고 털어놓았던 경험을 소개했다. 파르부는 주민들이 자신의 문화와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을 우려하며, 지역사회에서 소속감과 안전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계 시민단체 “차별 경험이 정치 참여 의지 높여”
아시아계 권익단체인 아시안 텍산스 포 저스티스(Asian Texans for Justice)의 나빌라 만수르(Nabila Mansoor) 사무총장은 최근의 혐오 분위기가 특히 남아시아계 인구가 급증하는 교외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스크와 힌두교 사원 등이 들어서고 지역사회의 인구 구성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이러한 변화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수르는 텍사스의 무슬림 인구가 전체 주민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슬람교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 특정 공동체를 비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모스크를 대상으로 한 편견 관련 공격은 비교 대상 기간보다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수르는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아시아계 시민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아시아계 주민들의 투표 참여 의지가 이전보다 뚜렷하게 높아지고 있다며, 자신이 경험한 적 없는 수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시민단체의 현장 평가는 실제 투표율 증가를 입증하는 통계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참여가 얼마나 확대됐는지는 선거 이후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엄격한 유권자 등록 및 신분증 규정도 투표 참여의 장벽
아시아계 시민단체들은 정치 참여 의지가 높아지더라도 실제 투표 과정에서는 여러 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텍사스는 선거 당일 유권자 등록을 허용하지 않으며, 투표일 최소 30일 전에 등록을 마쳐야 한다.
직접 투표하는 유권자에게는 주법에서 인정하는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규정상 허용되는 사진 신분증을 합리적인 사유로 제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별도의 대체 절차가 마련돼 있다.
유권자 등록 주소가 확인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관리 대상에 오른 유권자도 상당수다. 휴스턴 퍼블릭 미디어에 따르면 최근 텍사스에서는 약 200만 명의 유권자가 이른바 ‘유권자 보류 명단'(Voter Suspense List)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명단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투표권이 자동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소 확인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할 수 있어 유권자들이 자신의 등록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안 로 코커스(Asian Law Caucus)의 킴벌리 리옹(Kimberly Leong) 변호사는 아시아계 주민들에게 충분한 언어 지원과 투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계와 태평양도서계 유권자들이 다른 인종 집단보다 우편투표를 많이 이용해 왔다며, 2020년에는 67%, 2024년에는 47%가 우편투표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방정부가 유권자 명부 검증 과정에서 시민권 확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문제와 관련해, 실제 미국 시민권자가 비시민권자로 잘못 분류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언어 장벽 겪는 유권자, 통역 도움받을 수 있어
투표 과정에서 영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유권자들을 위한 지원도 마련돼 있다.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Texas Civil Rights Project)의 투표권 담당 변호사 니나 오이시(Nina Oishi)는 유권자가 투표 절차를 이해하기 위해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률에 따른 요건과 제한은 적용되지만, 통역이나 투표 보조가 필요한 유권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일부 카운티에서는 영어 외 언어로 된 선거 자료도 제공한다.
해리스 카운티에서는 중국어와 베트남어 투표용지가 제공되며, 달라스와 태런트 카운티에서는 베트남어 선거 정보가 제공된다. 오이시 변호사는 유권자들이 투표소 위치나 동반 통역 가능 여부 등 기본적인 문제를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투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절차에 관한 질문이 있는 경우 비당파적 유권자 지원 전화인 866-OUR-VOTE(866-687-8683)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전화는 투표 관련 안내를 제공하며 필요한 경우 법률 지원 담당자에게 연결해 준다.
중간선거 앞둔 텍사스, 아시아계 유권자 영향력 관심
텍사스의 아시아계 인구는 달라스-포트워스와 휴스턴, 오스틴 등 주요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증가해 왔다. 특히 인도계와 중국계, 베트남계, 한인 등 다양한 아시아계 공동체가 지역경제와 교육, 전문직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지방정부와 주정부 정책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계 주민들은 출신 국가와 언어, 종교, 이민 배경이 서로 달라 정치적 관심사와 투표 성향도 다양하다. 특정 사건에 대한 반응을 아시아계 전체의 정치적 입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시민단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문제는 인종과 종교를 겨냥한 차별적 언행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안전감과 소속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민들이 자신의 권리와 투표 절차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 지원과 유권자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에서는 10월 30일까지 중간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며, 본투표는 11월 3일 실시된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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