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틴더 홈페이지
- “투자 전문가”라며 계약서까지…사랑을 ‘사기 수단’으로 이용
- “디지털 친밀감” 악용한 신종 사기…“공적 감시 사각지대 여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이들에게 자신을 투자 전문가로 속여 200만 달러(약 27억 원) 이상을 가로챈 혐의로 연방 기소됐다.
미 법무부 중앙캘리포니아 지검은 25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얼 로이드(39)가 13건의 전신사기(wire fraud)와 1건 등 총 14건의 자금세탁 혐의로 연방 기소됐다고 밝혔다.
기소장에 따르면 로이드는 2021년 4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틴더(Tinder), 힌지(Hinge), 범블(Bumble) 등 데이팅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고 연인 관계로 발전시킨 뒤, 자신이 오랜 경력을 지닌 투자 전문가라고 속였다.
그는 “최근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켰다”, “13홀딩스의 부사장이며 랜드마크홀딩스라는 투자회사에 근무 중”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드는 피해자들에게 안정적 수익과 보험 가입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유치했고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수익 일정표를 만들어 신뢰를 쌓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자금을 개인 차량 구매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 기소장에 따르면 로이드는 피해자들에게 계약서를 보내며 투자를 유도했고 이들은 수차례에 걸쳐 1만 5,500달러에서 11만 달러까지 송금했다. 송금 수단은 전신송금, Zelle, Cash App, 현금 등 다양했다.
특히 2023년에는 피해자 자금 중 4만 달러를 이용해 남부 캘리포니아의 렉서스 매장에 수표를 발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로이드는 이날 산타아나 연방지방법원에 첫 출석했으며, 현재 연방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전신사기 혐의는 최대 징역 20년, 자금세탁 혐의는 최대 1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친밀감’을 악용한 신종 사기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경제적·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신뢰와 감정을 기반으로 한 접근이 얼마나 쉽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온라인 데이팅 사기로 인한 피해는 총 13억 달러(약 1조7천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로맨스 스캠’으로 분류된다. 특히 팬데믹 이후 고립감이 커진 사회적 분위기에서 정서적 취약성을 파고드는 범죄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해자 대부분은 법적 대응이 어렵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겨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범죄”라며 “온라인 플랫폼의 감시 강화와 공공 경고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