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최악의 전력난 …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 겪고도 재정비 안했다”

분노한 시민들 “집은 전기가 없는데 도로위 가로등과 빌딩은 환해”

사진 /kxan.com

텍사스의 역대급 한파와 눈폭풍으로 인해 17일(수) 현재까지 300만 가구 이상이 정전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결국 전기와 수도없이 강추위를 이겨내야만 하는 분노한 텍사스 주민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또 이미 10년전 예고된 바 있는 전력부족문제를 안이하게 대처, 결국 수백만여명의 건강과 목숨이 위협받게 된 이번 사태에 주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텍사스는 현재 전력공급부족으로 수백만 가구가 강추위를 겨우 버티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밤거리를 환하게 비추는 도심의 불빛에 주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샌안토니와 달라스, 오스틴, 휴스턴과 같은 대도시 주택들의 치명적인 정전이 사흘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도로의 가로등과 근무시간이 아닌 빌딩들에 들어온 불빛들은 주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텍사스는 미 전체 50개 주가운데 별도의 전력 공급망을 가진 유일한 주로 그동안 그래그 에보트 주지사의 자부심이었다. 또 텍사스 주정부는 캘리포니아가 지독한 산불 재해로 정전이 잦을 때마다 조롱섞인 말로 캘리포니아의 전력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했고, “전력부족? 그것은 캘리포니아 얘기”라며 웃어넘기며 심각성을 인식 못했다. 그러나 막상 텍사스에 역대급 한파와 폭설이 닥치자 우왕좌왕 하며 대응을 하지 못하는 등 텍사스가 자랑해온 ‘독립적인 전력공급시스템’이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자원을 이용한 에너지 효율화에 부정적이었던 일부 정치인들은 텍사스 주정부가 최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풍력시스템을 탓하기도 한다. 풍력발전을 위한 회전 날개가 얼어붙어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 탓에 전력이 부족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텍사스 전체 전력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15%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이번 대형 전력난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려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011년에 전력난 겪고도 재정비 안해

텍사스의 이번 전력난은 역대 최대규모지만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 2월 한파가 몰아쳤을 당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알링턴에서 슈퍼볼 경기가 예정되어 있던 때였다. 전력 부족 사태를 겪은 이후 보고서에는 ‘극한의 추위를 견딜 수 없는 발전소 설비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시 미 연방 비상관리국은 텍사스에게 60개의 추가 발전기 설치를 요청하고 병원과 요양원에 우선설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주정부는  2011년 대형 정전사태를 겪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주정부와 정치권의 미온적 대처가 이번 초대형 전력난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스턴 대학교의 에너지 전문가인 에드 허스(Ed Hirs) 박사는 “텍사스는 이미 2011년 대규모 전력난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후 학계와 관련업계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텍사스 전기신뢰위원회의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후 수차례 개선요구가 있었지만 묵인됐다”며 “당시 공공전기위원회를 포함해 주의회 심지어 주지사까지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텍사스 주정부는 전력부족을 이미 체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권고사항에 그쳤던 학계의 요구는 정치인들의 셈법에 따라 무시됐다”고 허스 박사는 말했다.

추위를 피해 피난하는 텍사스 주민들

전기없는 강추위는 영유아들이 있는 가정들의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었다. 수도관이 얼어붙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아이들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 주민들은 플로리다 등지로 피난을 떠나기도 했다. 또 지자체 별로 대형 교회 등에 임시 보호소등에서 추위를 버텨내야 하는 가족들이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오스틴의 경우만 해도 17개의 임시보호소를 운영하고 휴스턴과 달라스 지역에서도 최대 20여개의 임시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소를 찾아가기 힘든 지역의 거주민들은 모든 피해를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오스틴의 트레비스 강 인근 고지대의 일부 주민들은 빙판으로 변한 길로 인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 사흘동안 전기마저 끊겨 완전 고립상태가 됐다.

대피소를 찾은 주민들은 그나마 건강상의 문제는 없겠지만 도로결빙으로 인해 움직일 수없는 주민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집안에서 불을 피우다 일산화중독 및 화재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휴스턴과 인근 지역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보고됐고 추위를 이겨내려다 세 명의 어린자녀와 고령의 할머니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텍사스 주의회는 16일(화) 전력망 관리자인 텍사스 전기신뢰위원회(ERCOT)이 “주거용 주택에 전력을 우선공급하고 있으며 수십만 가구의 전력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으나 몇시간이 지난 17일 새벽 텍사스 전역에서 400만 여 가구의 전력공급이 끊겼다. 

 

안미향 기자

Texa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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