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텍사스 중학교 교실
텍사스 주 교육위원회(State Board of Education, SBOE)가 사회과 교육의 큰 틀을 개편하는 안을 승인하면서, 미국과 텍사스 역사에 비중을 두는 대신 세계사·지리·문화 교육을 축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위원회는 13일(금) 찬성 8대 반대 7로 이 안을 통과시켰다.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위원들이 주도했지만, 공화당 위원 2명은 민주당과 함께 반대에 표를 던졌다. 이는 불과 이틀 전, 보다 ‘포괄적 접근’을 담은 다른 교육안이 잠정 승인됐다가 뒤집힌 결과다.
휴스턴 출신 공화당 위원 윌 힉맨은 처음에는 전 교육안에 찬성했다가 최종 표결에서는 입장을 바꿔 보수 성향 단체들이 지지한 새 안에 표를 던졌다. 그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승인된 틀에 따르면 유치원부터 2학년까지 학생들은 텍사스와 미국의 주요 인물·사건·장소를 배우고, 3~8학년 과정에서는 서구 문명과 미국·텍사스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통합 학습한다. 특히 5학년 이후부터는 미국·텍사스 중심 교육이 강화된다.
기존 잠정안은 저학년 단계부터 세계사와 지리, 다양한 문화까지 균형 있게 다루고, 3학년 텍사스사, 4학년 미국사, 5학년 세계사, 6학년 세계문화, 7~8학년 미국·텍사스사를 배우도록 설계돼 있었다.
사회과 교사와 학부모들은 새 안이 세계사와 지리를 축소하고, 특정 학년에 집중적으로 역사 교육을 배치하지 않아 교육 연속성이 깨진다고 비판했다.
15년간 중학교 사회과를 가르친 교사 출신 커트니 윌리엄슨은 “역사가 기억에 남으려면 맥락 속에서 가르쳐야 한다”며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연결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스턴 지역 위원 스테이시 차일즈는 “유색인종 학생들이 5학년 이전에 자신과 관련된 역사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텍사스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인종·성별·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잇달아 통과됐다. 2022년에도 사회과 교육 개편이 추진됐으나, 공화당 의원들의 압박으로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위원회는 오는 2026년 6월까지 최종 사회과 교육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학습 내용이 확정되면, 공화당 다수 위원회가 수업 내용에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프킨 출신 공화당 위원 케빈 엘리스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교재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세부 학습 목표를 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