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팬 아메리카 홈페이지
펜 아메리카 “검열은 학생들의 다양한 세계관과 문화를 접할 기회를 박탈” 우려
미국 표현의 자유 옹호 단체인 펜 아메리카(PEN America)가 2024-2025학년도 학교 도서 금지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며, 최근 2년간 공립학교 도서관에서 특정 도서가 체계적으로 제거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학년도(2024-25) 동안 전국에서 6,870건의 도서 금지 조치가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2023-24) 1만 46건보다는 줄었지만, 2021~2023년 연평균 약 3,000건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펜 아메리카는 이를 “공교육 현장에서 검열이 정상화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가장 많이 금지된 책은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2023-24학년도 가장 많이 금지된 책은 앤서니 버지스의 반(反)유토피아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였다. 이어 성매매 피해 소녀 이야기를 다룬 패트리샤 매코믹의 청소년 소설 ‘솔드(Sold)’, 제니퍼 니븐의 성장소설 ‘브레스리스(Breathless)’가 뒤를 이었다.
저자별로는 공포소설가 스티븐 킹(206회), 청소년 소설가 엘렌 홉킨스(167회), 판타지 작가 세라 J. 매스(162회)의 저서가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조디 피콜트, 만화가 마쓰이 유세이,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 엘라나 K. 아놀드 등이 잦은 금지 대상에 올랐다.
주별로는 플로리다(2,304건), 텍사스(1,781건), 테네시(1,622건)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살아 있는 미국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책이 학교 도서관에서 조직적으로 제거되고 있으며, 특정 도서를 주 단위에서 전면 금지하는 법·규정도 전례 없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주·지방정부뿐 아니라 연방정부도 검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군 기지 내 국방부 산하 학교에서 600여 종의 도서가 ‘다양성·인종·성별 이데올로기 극단주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거됐다.
반면 올해 1월 연방 교육부는 “도서 금지는 ‘허구(hoax)’”라며, 연령 부적합 도서 제거를 시민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기존 연방 지침을 모두 철회했다.
펜 아메리카는 특히 LGBTQ+ 정체성을 다룬 책들이 자주 ‘성적으로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금지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앤 탱고 메이크스 쓰리(And Tango Makes Three)’는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수컷 펭귄 두 마리가 함께 새끼를 키운 실화를 담았고, 유대인 명절 푸림을 배경으로 두 아버지를 둔 소년이 등장하는 더 푸림 슈퍼히어로(The Purim Superhero)도 금지 대상이 됐다.
펜 아메리카는 “검열은 학생들의 다양한 세계관과 문화를 접할 기회를 박탈한다”며 교육 현장의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