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NBC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가 델라웨어주에서 텍사스로 법인 등록지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텍사스로 재등록한 데 이어, 미국 기업들의 ‘탈델라웨어’ 움직임이 확산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코인베이스의 법무최고책임자(CLO) 폴 그리월(Paul Grewal)은 12일(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델라웨어의 법적 체계가 한때는 기업들에게 일관성과 안정성을 제공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최근 몇 년간 델라웨어 형평법원(Chancery Court)의 예측 불가능한 판결들이 기업 경영 환경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월은 “텍사스는 보다 명확하고 균형 잡힌 법적 틀을 제공하며,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일론 머스크가 주도한 ‘델라웨어 탈출’ 행보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CNBC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와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법인 등록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이전했다. 이후 그는 “아직 델라웨어에 등록된 기업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다른 주로 옮겨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의 발언은 델라웨어 형평법원이 2024년 1월 머스크의 2018년 테슬라 보상안(스톡옵션 약 560억 달러 규모)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린 직후 나온 것이다.
이후 드롭박스(Dropbox),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 벤처투자사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델라웨어를 떠나거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델라웨어는 수십 년간 미국 내 기업 설립의 중심지로, 유연한 회사법과 전문 판사들로 구성된 형평법원을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기업 경영진에 대한 사법적 견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커졌다.
반면 텍사스는 이사회 구성원이나 경영진에 대한 주주 소송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을 도입하는 등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은 머스크와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캠페인 주요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코인베이스와 초기 투자사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2021년 코인베이스 상장 당시 주식 판매를 둘러싼 소송을 델라웨어에서 진행 중이지만, 법인 이전이 완료되면 재판 관할권 문제가 새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이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미국 기업 거버넌스의 중심축이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이동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텍사스가 최근 대형 기술기업 본사 이전과 맞물려 ‘친기업·저규제’ 이미지로 각광받으면서, 향후 다수의 혁신기업들이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테슬라 주주들은 지난주 머스크의 새로운 보상안을 승인했으며, 해당 옵션이 모두 실행될 경우 보상 규모는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