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짜집기 된 가짜뉴스는 현대판 ‘주초위왕(走肖爲王)’

사진/표준국어대사전

1506년 연산군이 폐위되고 중종반정이 일어난다. 왕위에 오른 중종은 개혁정치를 위해 신진사대부를 등용해 유교정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성리학을 장려했다.

중종의 성리학 장려에 힘입어 신진사류였던 조광조는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조광조는 1515년 성균관 유생의 추천으로 관직에 오른 후 중종의 신임을 받기 시작한다. 성리학을 정치에 근본으로 삼으면서 많은 신진사류를 등용하기 위해 과거제의 폐단을 혁신하려고 했다. 미신을 타파하기 위해 소격서(도교의 제사를 관장하던 기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오늘날로 치자면 지방정치 활성화에 가까운 향약(향촌규약; 조선 시대 향촌에서 양반들의 자치활동을 보장하면서 하층민을 통제하기 위한 규율)을 실시했고 미풍양속 또한 성리학의 근간에 맞추려 노력했다.

조광조는 이상주의자였다. 다양한 정책적 성과를 거두지만 이상주의적 왕도정치는 당대 주류와 부딪혔다. 조광조는 저돌적이고 급진적이었다. 조광조의 파격적 정책추진은 이미 주류를 장악했던 보수적인 기성세력에게는 반발을 사게 된다.

플라톤이 이상과 맞닿아 있는 철인군주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던 조광조는 중종에게 철인주의 이상을 강요하기 이른다. 성리학을 지나치게 숭상하면서 차츰 대립세력이 생겨난다.

게다가 청렴결백과 원리원칙주의자였던 조광조는 당시 반정공신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리면서 기성 훈구세력들의 불평과 불만이 쌓여만 간다.

조광조는 훈구세력의 부당한 재산축적을 막고 사대부의 기강을 바로잡으려했으나 기성 보수세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훈구세력들은 조광조를 몰아낼 계획을 세운다.

조광조의 탄핵을 받은 희빈 홍씨의 아버지인 남양군 홍경주와 남곤과 공훈 기록명부에서 이름이 삭제된 심정 등의 계획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이었다.

기묘년 조광조와 그를 따르던 신진파 세력이 숙청, 파직, 사사된 사화의 시초는 조선판 가짜뉴스인 ‘주초위왕’ 이다. 남양군 홍경주의 딸인 희빈 홍씨는 중종에게 “온 나라의 인심이 모두 조광조에게 돌아갔다”고 수시로 주입했다. 그리고 주초위왕 사건이 터진다.

궁중의 나뭇잎에다가 꿀로 ‘주초위왕(走肖爲王 : 走肖는 趙의 破字)’이라고 써서 벌레가 갉아먹게 한 뒤 “조씨가 왕이 된다”는 가짜뉴스를 제작, 확산시켰다.

가짜뉴스가 만들어졌으니 이제는 확대 재생산, 결론에 이르러야 할 때임을 감지한 훈구세력들은 1519년 조광조 일파가 붕당(朋黨)을 만들어 중요한 자리를 독차지하고 임금을 속이며 국정을 어지럽혔으니 그 죄를 밝혀야 한다는 계를 올렸다.

결국 중종은 조광조 일파를 처벌하게 된다. 당시 훈구세력 중 이장곤, 안당, 정광필이 조광조와 신진파의 처벌을 반대했다가 기묘사화의 피바람에 함께 파직당하고 유배를 간다.

기묘사화는 세력간 다툼에서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가짜뉴스를 진짜로 믿게 만들고 왕을, 대중을 움직였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어지럽게 하는 것도 가짜뉴스다. 주초위왕을 다시 보는 듯 하다. 극우 커뮤니티에서 짜집기 된 가짜정보는 진짜인 것처럼 극우유튜브를 통해 전파된다. 이를 국민의힘이 사실관계 확인없이 그대로 논평을 낸다. 그리고 논평은 다시 극우 커뮤니티에 돌며 사실처럼 확산된다.

과거 중앙정치로 진입하지 못했던 극우 커뮤니티의 가짜 정보가 한 나라의 공당에 침습해 결국 공당을 먹어삼켰다. 극우 커뮤니티의 장난질에 100석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대통령이 속한 집권여당이 놀아났다. 창피한 노릇이다.

낙엽에 꿀로 주초위왕을 써 중종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한뒤 반대세력을 숙청한 1519년의 훈구파가 되고 싶겠으나 대한민국 국민은 깨어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