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서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소지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 비자 스탬프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운전면허 갱신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 입국용 ‘비자 스탬프’와 미국 내 합법적 체류 권한을 의미하는 ‘이민 신분(Status)’의 차이를 현장 공무원들이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발생한 혼선이라고 지적했다.
H-1B는 기술, 엔지니어링, 의료 등 전문 분야의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자 제도다. 비자 스탬프 자체의 유효기간은 지났더라도, 미 이민서비스국(USCIS)으로부터 체류 연장 승인(I-797)을 받았다면 미국 내 합법적 체류가 가능하다.
이민법인 ‘냐나무칸 센투조티’ 변호사는 최근 텍사스 공공안전부(DPS) 사무소에서 운전면허 갱신을 거부당했다는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거부 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내부의 일관되지 않은 직원 교육이나 잘못된 지침 때문일 수 있으며, 창구 직원이 이민법 규칙을 오해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민법 전문가인 에밀리 노이만 변호사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합법적 체류 자격을 갖춘 근로자가 텍사스 DPS 사무소에 유효한 이민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여권의 비자 스탬프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자 스탬프는 입국 시 필요한 ‘여행 문서’일 뿐이며, 미국 입국 후 체류 기간을 통제하는 것은 비자 스탬프가 아니라 미국 입국 허가서(I-94)”라고 강조했다.
텍사스주의 자체 규정에 따르더라도 이번 거부 조치는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텍사스 DPS의 지침상 운전면허 신청 시 ‘유효하거나 만료된 비자가 포함된 외국 여권’과 ‘유효한 I-94’를 함께 제출하면 적법한 신분 증명 서류로 인정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이유에 대해 자스 샤오 이민법 변호사는 “일선 창구의 행정 직원들이 복잡한 연방 이민법을 직접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관성 없는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며 “면허 갱신이 지연되거나 불필요하게 행정 관청을 재방문해야 하는 상황은 차량 의존도가 높은 미국 생활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큰 고통과 소외감을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도 학생비자(F-1) 연장 단계에서 H-1B 신분으로 전환한 한 사용자가 “정식 승인서(I-797)와 I-94를 지참했음에도 DPS 시스템에 신분 전환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아 면허 갱신을 거부당했다”며 “결국 연방 국토안보부의 신분 조회 시스템(SAVE)을 통한 추가 검증을 거쳐 몇 주가 지난 후에야 겨우 면허를 갱신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텍사스주와 연방 정부 차원의 이민 규제 강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는 최근 주 정부 기관과 공립대학에 2027년 5월 말까지 신규 H-1B 청원 승인을 일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연방 정부 역시 H-1B 비자 제도를 무작위 추첨제에서 임금 수준에 따른 가중 선택제로 변경하고 해외 신청자에게 고액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27 회계연도 기준 H-1B 정식 등록 건수는 전년 대비 약 39% 급감한 21만 1,600건에 그쳐 규제 강화에 따른 수요 위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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