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연방 에너지부(DOE)가 전력망 과부하를 막기 위해 17개 주를 대상으로 전력 비상명령(Emergency Order)을 발동했다.
이번 조치는 중부 지역 전력망 운영기관인 사우스웨스트 파워풀(Southwest Power Pool·SPP)이 예비 발전 설비를 가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대규모 정전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비상명령은 27일부터 오는 8월 3일까지 적용된다. 비상명령 대상이 되는 주는 텍사스를 포함해 애리조나, 알칸사, 콜로라도, 아이오와, 캔자스, 루이지애나, 미네소타, 미주리, 몬테나, 네브라스카, 노스 다코다, 오클라호마, 사우스 다코다, 유타, 와이오밍 등이다.
SPP는 북부 노스다코타부터 남부 루이지애나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전력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2천만 명이 해당 전력망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상명령은 전력망 운영자가 예비 발전기를 활용해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다.
이는 전력망이 더욱 악화될 경우 발령되는 ‘레벨 3 에너지 비상경보(Level 3 Energy Emergency Alert)’ 직전 단계로 평가된다. 레벨 3 경보가 발령되면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한 긴급 조치가 시행되며, 지역별 순환정전(rolling blackout) 이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근로자와 기업들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에너지부는 미국의 정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약 44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비상명령이 일반 가정에 절전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폭염 기간에는 냉방기 사용이 급증하는 만큼 평소보다 실내 온도를 다소 높게 설정하면 전력 사용량과 전기요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폭염은 토네이도나 홍수보다 더 많은 미국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기상재해다.
존스홉킨스대 기후과학자인 벤 자이치크 교수는 “폭염은 조용한 살인자”라며 “기후변화로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폭염 자체가 점점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온 환경에서는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열탈진과 열사병은 물론 장기 손상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인과 어린이,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특히 위험하며, 건강한 사람도 장시간 야외에서 일하거나 운동할 경우 온열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번 비상명령은 미국 중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약 4천만 명이 폭염경보 대상에 포함된 가운데 내려졌다.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미네소타에서 미시시피주에 이르는 지역은 체감온도가 화씨 100도(섭씨 약 38도)를 훨씬 웃돌고 있으며, 남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남서부 일부 지역은 화씨 120도(섭씨 약 49도) 에 달하는 극심한 더위가 예상된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이 상공의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케리 더건 전 에너지부 관계자는 “이제 폭염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전력 인프라 문제”라며 “앞으로는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장치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력원을 활용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