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9.23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 정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계획 첫 사업으로 텍사스 엔시날 가스발전소 선택
사업비 220억 달러 안팎·6.3GW 규모…AI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 전력수요 겨냥
텍사스 천연가스 생산·파이프라인 감독하는 철도위원회도 한국 투자와 맞닿아
11월 철도위원 선거 보 프렌치 대 존 로젠탈…10월 첫 주요 후보 토론 추진
[오스틴 = 텍사스N] 한국 정부가 대미 전략투자의 첫 사업으로 선택한 곳이 텍사스다.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 가운데 전략적 투자 부문의 첫 프로젝트로 텍사스 남부 엔시날(Encinal)에 대규모 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220억 달러 안팎, 발전용량은 약 6.3GW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국 정부는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이 사업을 대미 전략투자 첫 프로젝트로 보고했다.
이 사업은 단순히 한국 기업이 미국에 발전소 하나를 건설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텍사스에서 급증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겨냥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전략과 미국의 AI·반도체 산업 확대, 그리고 텍사스의 천연가스 산업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프로젝트다.
로이터에 따르면 엔시날 프로젝트는 한국이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첫 사업으로 추진된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전략적 투자 분야에 배정돼 있으며 텍사스 가스발전소가 전략투자의 첫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한국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사업 규모는 약 223억 달러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엔시날에 약 6.3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 발전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특히 발전소의 주요 전력 수요처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거론되고 있다. 텍사스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새로운 경제개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Reuters도 엔시날 사업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의 증가하는 전력수요 대응을 꼽았다.
한국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미국에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미국 첨단산업을 움직이는 전력 인프라에 직접 투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모든 절차가 끝난 확정 사업으로 보기는 이르다. 한국 정부의 첫 투자사업 선정 이후에도 미국 측 투자위원회의 검토와 미 상무부와의 협상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 한국 정치권에서도 장기 전력구매계약과 사업 수익성,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보다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약 20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공개된 정부 전망에서는 20년 동안 최대 약 450억 달러의 수익 회수 가능성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는 확정된 수익이 아니라 사업성 분석에 따른 전망치다. 실제 수익은 전력판매 계약과 건설비, 천연가스 가격, 전력시장 가격, 금리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텍사스 기관 하나가 중요해진다.
바로 Railroad Commission of Texas, 텍사스 철도위원회다.
이름만 보면 철도와 기차를 관리하는 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텍사스의 핵심 에너지 규제기관이다.
철도위원회는 1891년 철도산업 규제를 위해 설립됐지만 철도 관련 권한은 다른 기관으로 이전됐고 마지막 철도 업무도 2005년 텍사스 교통국으로 넘어갔다. 현재 철도에 대한 규제 권한은 없다.
현재 이 기관이 감독하는 것은 텍사스의 석유 · 천연가스 산업, 파이프라인 운송사업자, 천연가스 및 위험물질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유틸리티, LP가스 산업, 핵심 천연가스 인프라, 석탄·우라늄 노천광산 등이다.
석유·가스 개발 과정에서는 유정과 가스정의 시추·생산을 규제하고 관련 시설과 파이프라인 안전 등을 감독한다. 또한 방치된 유정과 가스정 처리, 유전 폐수 등 환경 문제도 철도위원회의 업무와 연결된다.
천연가스 소비자 요금에도 일정 부분 관여한다. 철도위원회는 관할 대상 천연가스 유틸리티의 요금과 서비스를 감독한다. 도시와 가스회사가 요금 인상안을 놓고 합의하지 못하면 철도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비법인지역에서는 가스요금과 서비스에 대해 철도위원회가 직접 관할권을 갖는다.
따라서 엔시날 발전소 자체의 건설·전력시장 운영을 철도위원회가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전소가 사용할 천연가스의 생산과 수송, 파이프라인 안전 등에서는 철도위원회의 규제 영역과 접점이 생긴다.
전력시장과 전기 유틸리티 규제는 주로 텍사스 공공유틸리티위원회(PUCT)와 ERCOT 체계의 영역이기 때문에 “한국의 가스발전소를 철도위원회가 승인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6.3GW 규모의 발전시설이 현실화되면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텍사스 가스산업 규제정책은 사업 환경의 한 요소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텍사스는 오는 11월 철도위원 1명을 새로 선출한다.
공화당에서는 보 프렌치(Bo French), 민주당에서는 텍사스 주하원의원 존 로젠탈(Jon Rosenthal)이 맞붙는다. 철도위원회는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들은 특정 지역구가 아닌 텍사스 전역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된다.
존 로젠탈 후보는 텍사스 트리뷴 페스티발에 참석해 “오는 10월 22일 달라스에서 공화당 보 프렌치 후보와 토론을 벌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실제 토론회가개최되면 올해 텍사스 주 전체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 사이의 첫 주요 공개토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5일 현재 프렌치 측은 토론 참가를 별도로 공개 확인하지 않았다.
두 후보의 배경과 선거 전략은 크게 다르다.
로젠탈은 휴스턴 지역을 대표하는 4선 민주당 주하원의원으로 정계 입문 전 약 20년 동안 석유·가스 업계에서 기계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에너지산업 경험을 내세우며 유정 안전과 환경규제, 폐유정, 파이프라인 등 철도위원회의 본래 업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렌치는 태런트카운티 공화당 의장을 지낸 공화당 후보로, 올해 당내 결선에서 현역 짐 라이트 위원을 꺾고 후보가 됐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에너지 문제뿐 아니라 DEI와 중국의 영향력, 이민, 종교, LGBTQ 관련 문제 등을 주요 정치 쟁점으로 제기해왔다.
최근에는 UT 오스틴 학생들을 겨냥한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비판을 받았다. 텍사스 트리뷴은 프렌치가 남아시아계로 보이는 UT 학생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이들을 외국인으로 규정하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으며, 이후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논란은 10월 토론이 열릴 경우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시각에서 이번 철도위원 선거를 바라보면 후보들의 정치적 논쟁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텍사스는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대미 전략투자 첫 프로젝트까지 텍사스 천연가스 발전사업으로 결정되면서, 텍사스의 에너지 규제정책은 한국 정부와 기업에도 이전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엔시날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한국은 텍사스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투자자를 넘어 대규모 전력 인프라 투자자의 위치까지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가 반도체다.
중부 텍사스에서는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기존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동시에 테일러에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엔시날 사업과 삼성 테일러 공장이 직접적인 전력구매 계약으로 연결됐다는 공개 근거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두 사업을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국이 반도체·AI 생산시설을 확대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과 송전망 투자가 필요해지고 있다는 큰 산업 구조에서는 두 사안이 맞닿아 있다.
텍사스 트리뷴 역시 철도위원회가 텍사스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영향력을 가진 기관이며, 텍사스가 미국 석유 생산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철도위원 선거가 실제로는 중요한 에너지 정책 선거라고 지적해왔다.
결국 한국 정부가 선택한 200억 달러 이상의 텍사스 투자는 한국에서도 낯선 이름인 ‘텍사스 철도위원회’를 주목해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들었다.
누가 철도위원이 되느냐에 따라 엔시날 프로젝트 자체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텍사스의 천연가스 개발과 파이프라인 안전, 에너지 인프라 규제 방향을 결정하는 3명의 위원 가운데 한 명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한국의 대규모 텍사스 에너지 투자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리고 있다.
한국이 미국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시대에서 이제 관심의 범위도 삼성의 반도체 공장이나 현대차의 자동차 공장을 넘어 이들 산업을 움직이는 전력과 천연가스, 그리고 이를 규제하는 미국 주정부 기관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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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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