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 (A copy of the Ten Commandments is posted along with other historical documents in a hallway at the Georgia Capitol in Atlanta on June 20, 2024. On Friday, a panel of federal appellate judges ruled that a Louisiana law requiring the Ten Commandments to be posted in the state’s public school classrooms is unconstitutional. John Bazemore/AP)
- “큰 글씨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는 세부 지침까지
- 종교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 유대교, 가톨릭, 개신교 종교 간 갈등을 유발 가능
텍사스가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연방 항소법원이 유사한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지 하루 만에 추진된 조치로, 정교 분리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15일(토) 공립 초·중·고교 교실에 십계명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는 상원법안 10호(SB 10)에 서명했다. 해당 법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포스터는 “큰 글씨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는 세부 지침까지 포함하고 있다.
애보트 주지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신앙과 도덕의 가치를 심어주는 것은 중요하다”며 “십계명은 그러한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불과 하루 전, 같은 제5연방항소법원 관할인 루이지애나주 법안에 대해 해당 법원이 “명백히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직후 이뤄졌다. 루이지애나는 지난해 모든 공립학교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이에 대해 제5항소법원은 “정부가 특정 종교를 후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법률 효력을 정지시켰다.
법조계는 텍사스 역시 같은 법원 관할에 속한 만큼, 유사한 판결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교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대교, 가톨릭, 개신교는 모두 십계명을 공유하고 있지만, 순서와 표현 방식이 서로 달라 어느 버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종교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80년 연방대법원은 Stone v. Graham 판결을 통해 “십계명은 분명히 유대교와 기독교의 신성한 경전이며, 교육적 목적이 아닌 종교적 의도를 갖고 학교에 게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아칸소 등 일부 공화당 주들은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재편된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유사 법안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헌법 전문가들은 텍사스의 이번 조치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정교 분리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공립학교는 다양한 종교·배경의 학생이 함께 교육을 받는 공간인 만큼, 특정 종교의 상징을 의무적으로 게시하는 것은 종교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향후 연방대법원이 루이지애나 사건의 항소를 받아들일지, 그리고 기존의 위헌 판례를 유지할지 여부가 이번 논란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