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WHO 홈페이지
- 전문가 “보험 조항 반드시 확인…공공 백신 프로그램 적극 활용을”
- 텍사스 공공보건국, 18세 이하 무보험·저소득 아동에게 무료 백신 제공프로그램 운영
-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예산 삭감으로 무료 백신프로그램에도 영향미칠 듯
홍역이 확산 중인 텍사스에서 4살 아들이 백신을 맞은 뒤 가족이 5,000달러(약 690만 원)에 달하는 진료비 청구서를 받으면서,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의 불완전한 보장과 행정 착오가 도마위에 올랐다.
텍사스대 의과대학(UTMB)에서 공중보건학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응우옌 탕(Thang Nguyen) 씨는 3월 중순, 홍역 감염 위험에 노출된 아들 안 호앙(Anh Hoang) 군을 데리고 갤버스턴 UTMB 진료소를 찾았다. 당시 그는 아들의 예방접종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불안감을 느꼈다.
텍사스 트리뷴에 따르면 응우옌 씨의 아들은 MMRV(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수두) 백신 1회 접종을 포함해 3종의 백신을 맞았고, 쌍둥이 자매들도 다른 예방접종을 받았다. 응우옌 씨는 진료 당시 직원에게 보험 적용 여부를 물었고 “적용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진료 후 청구된 총액은 2,532달러, 이 중 MMRV 백신 한 대의 비용이 무려 1,422달러(약 196만 원)였다. 여기에 접종비 외 행정비도 따로 청구됐다.
문제는 응우옌 가족이 선택한 보험이 백신 등 예방의료는 보장하지 않는 단기 민간 보험이었다는 점이다. 해당 보험은 오피스 진료, 응급실, 입원 등에 대해서만 보장하며, 예방접종은 보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은 보험이 적용된다고 잘못 입력했고 결국 백신을 무보험 상태로 고가 청구하게 됐다.
또한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무보험·저소득층 아동 백신지원 프로그램(Vaccines for Children Program)의 대상이었음에도 병원 측은 안내하지 않았다.
UTMB의 계약 전략 부사장 켄트 피커링(Kent Pickering)은 KFF헬스뉴스에 “이런 상황은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병원 시스템상의 연속된 실수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MMRV 백신의 민간 도매가는 약 278달러에 불과하다. 일반 약국에서 소비자 가격도 285~326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UTMB의 당시 청구금액은 5배 이상이었다. 피커링 부사장은 “백신 가격표가 오류로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며 현재는 수정됐다고 밝혔다.
응우옌 씨는 “미국 의료 시스템은 너무 복잡하고 비합리적”이라며 “베트남이었다면 이런 접종은 300달러도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간 소득은 5만 7,000달러 미만으로 단기보험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막대한 의료비를 떠안게 됐다.
피커링 부사장이 매체 인터뷰에 응한 뒤 병원 측은 응우옌 씨에게 연락을 취해 백신 비용 전액 면제 및 진료비 재산정을 안내했다. 최종적으로 아들의 진료비는 202.75달러로 조정됐고, 쌍둥이 자매들의 비용도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을 받기 전, 보험사에 반드시 보장 범위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텍사스 공공보건국은 18세 이하 무보험·저소득 아동에게 무료 백신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예산 삭감으로 향후 이 같은 프로그램도 위협받을 수 있다.
또한, 병원은 자비 부담 환자에게 ‘현금 결제 할인’이나 ‘자선 진료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필요시 적극 문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