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리며 무효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통상 정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대법원은 6대 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결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관세와 조세 부과 권한은 헌법상 의회에 속한다”며, 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포괄적인 관세 부과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IEEPA의 ‘수입 규제’ 문구가 무제한적 관세 부과 권한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추가 관세를 적용한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에 적용된다. 중국·멕시코·캐나다 등에 부과한 25%의 펜타닐 관련 추가 관세도 함께 무효화됐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근거로 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이번 판결의 대상이 아니어서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운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수치스러운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즉각적인 ‘백업 플랜’ 가동을 선언했다. 대법원 판단의 핵심이 “IEEPA는 부적절한 근거”라는 점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 권한이 명시된 다른 법 조항을 활용해 관세를 재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무역법 제301조다.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으로, 트럼프 1기 당시 대중(對中) 관세 전쟁의 법적 근거였다. 다만 조사와 공청회 절차가 필요해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도 검토 대상이다. 수입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항으로,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법적 기반이었다. 공급망 안보와 제조업 기반 약화를 이유로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무역법 122조 역시 대안으로 논의된다. 국제수지 위기 시 최대 150일간, 최고 15%의 관세를 즉각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상호관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 조치’로 활용해 시간을 벌고, 이후 다른 법적 체계를 마련하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관세법 338조도 주목된다. 미국산 제품을 차별하는 국가에 대해 최대 50%의 보복 관세 또는 수입 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으로, 1930년대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나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한다.
이번 판결로 약 1천355억~2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관세 면제를 조건으로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했던 한국·일본 등과의 무역 합의도 법적 근거가 흔들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적 대응과 동시에 의회를 압박해 새로운 ‘미국 상호무역법(United States Reciprocal Trade Act)’ 제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입법을 통한 관세 체계 재정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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