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글 엘리스 From the Wonderland
나는 햄버거가게 주인이다. 7년 만에 세 개를 운영중인데, 지난 주말 오랜만에 세번째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잠깐의 점심 러쉬가 지나고 나서 캐쉬어가 화장실에 간 사이, 다이닝에 있는 큰 휴지통을 점검하다가 눈을 의심했다.
음식을 담아 내는 플라스틱바구니가 몇개나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쓰레기통 속에서 자그마치 다섯개를 건져 내었다. 매장에서 음식을 드실 경우, 샌드위치 접시용도로 만들어진 이 플라스틱 바구니에 종이를 깔아 음식을 그 위에 담아 나가고, 드신 후에는 종이와 남은 음식을 버리고 바구니는 세척하여 말린 후, 새 종이를 올려 사용하고 있다. 문제의 이 플라스틱 바구니들은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내구성이 뛰어나 잘 깨지지 않고 가벼우며 세척하기 좋아서 몇년 째 사용 중이다. 그런데 가끔식 확인해보면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들어 있어 재구매를 계속 해야한다. 집에 가져가고 싶을 만큼 예쁜 건 아니라서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버리기 때문이라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 확실해진 것이다.
세척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이지만 일회용 사용을 줄이고자 사용하는 바구니인데 이것마저 일회용인 줄 알고 버리는 손님들이 많다는 사실에 무척 속이 상했다. 바구니 하나에다가 “제발 나를 버리지 마세요(Please don’t throw me away!)’라고 프린트한 문구를 붙여 휴지통 위에 올려 두었었는데, 직원들이 치워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문구라도 있었으면 눈길 한번이 더 가게 되었고 버리는 일이 줄었을 것이다. 오늘은 내가 발견을 해서 다섯개를 건졌지만, 다른 날에는 몇 개를 버렸는지 알 수 없다. 직원들에게 쓰레기통을 한번씩 확인하도록 부탁하고 프린트도 다시 만들어 붙여 놓게 하였다.
전부는 아니지만 손님들이나 직원들이 손도 대지 않은 새 냅킨을 뭉치째 버리거나, 일회용기, 장갑들, 휴지들을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사용하는 걸 볼 때가 많고 그때 나는 속이 상하다. 누군가는 비용 때문에 그런다 할 수 있을 텐데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이 만들어 지는 것이 다음 세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반면에 한국손님들은 확실히 다르다. 쓰레기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지 않으신다.
또 하나 한국손님들은 주문도 간단히 하신다. 주문 받을때 뭐를 빼고 넣고 커스텀으로 주문이 가능한데, 음식 알러지 때문일수도 있고 개인 취향일 수도 있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편식이 심한 편이고 먹기 싫은 것은 절대 안 먹기 떄문에 무언가를 빼고 먹는 것을 백퍼센트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피클빼고’를 주문했는데, 직원이 실수로 피클을 넣고 만들었다고 하자. 실수가 자주 일어나진 않지만(그래서도 안 되고),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 있으니까. 한국분들 같으면 피클 알러지가 있지 않는 한, ‘만드는 사람이 바빴구나’하고 그냥 직접 빼고 드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여기 손님들은 피클 들어갔다면 아예 새것을 만들어 주기를 요청하는 분들이 꽤나 있다. 한국인 친구들끼리 혹은 가족끼리 함께 가서 먹다가 ‘피클 빼고’가 ‘피클 넣고’로 나온 것을 보았다면, ‘그냥 빼고 먹어’가 우리에게는 일반적이지 않나 말이다.
여러분이 함께 오셔도 웬만하면 같은 메뉴로 통일하니 요리하는 사람이나 접시나 박스에 담는 사람이 일하기에 쉽고 간단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직원과 대화중에 한국 손님들은 대부분 같은 메뉴로 통일하고 메뉴에 있는 그대로 다 드시는, 올더웨이로 주문하지 않더냐 했더니 모든 직원들이 동의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인들에게 좋은 점들, 배운 점, 감동받은 점 이야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미국사람들에게 ‘국밥’같은 햄버거로 장사를 하다 보니, 숫자상 1퍼센트도 안 되는 우리 한국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적어 본다. 음식이 맛있다 칭찬을 더 하면 하시지, 직원들을 질리게 만드는 까다로운 손님들 중 한국 손님들은, 그동한 분도 안 계셨다는
사실이 더욱 감사하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하는, 참 고마운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