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주한인교육봉사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온라인 기자회견 캡쳐
-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입국 중 억류 일주일 넘게 변호인 접견 없이 감금
-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세컨더리 심사’ 명목으로 억류
- 일주일 넘게 변호사나 가족과의 직접 접촉이 허용되지 않아
- 공항 내 제한구역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밤을 새우고 식사는 자동판매기 음식과 물뿐
- 가족은 실종된 줄… “왜 이런 일이 우리 아들에게?”
- 한인 이민자 권익단체 NAKASEC …”反이민 조치의 희생양…민주주의 시험대”
- “72시간 제한 규정도 무시”…공항 억류의 불법성
텍사스 A&M대학교에서 감염병 연구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인 윌 김(한국명 김태흥) 씨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입국 중 억류돼 일주일 넘게 변호인 접견 없이 감금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인 사회와 이민자 권익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윌 김 씨는 지난 7월 21일, 동생의 결혼식을 마치고 한국에서 귀국하던 중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세컨더리 심사’ 명목으로 억류됐다. 김 씨는 5살 때 미국에 이민 와 35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해 온 영주권자로 라임병 백신 개발 연구에 참여 중인 박사과정 학생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일주일 넘게 변호사나 가족과의 직접 접촉이 허용되지 않았고, 그는 창문 하나 없는 공항 내 제한구역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밤을 새우며 불빛 아래 잠을 청해야 했다. 식사는 자동판매기 음식과 물뿐이었다.
법률대리인 에릭 리 변호사는 31일(목)한인 이민자 권익단체 미주한인교육봉사단체협의회(National Korean American Service and Education Consortium, 이하 나카섹 NAKASEC )이 개최한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석, 지난주 중반부터 CBP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에릭 리 변호사에 따르면 “CBP 감독관에게 ‘제5차 수정헌법이 김 씨에게 적용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단 한 단어로 ‘아니오’라고 답했다”며 분명한 헌법 위반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의 이민 전문 변호사인 칼 크루스는 “CBP는 김 씨를 ‘입국 신청자(arriving alien)’로 간주하며 영주권자에게 보장된 법적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국 거부나 장기 억류에 앞서 휴스턴행 항공편 일정에 따라 ‘검사 유예(deferred inspection)’ 조치가 가능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공항이라는 비정상적인 공간에서 장기 억류한 것은 명백한 권리 침해”라고 강조했다.
크루스 변호사는 “공항 억류는 최대 72시간으로 제한돼 있음에도 CBP는 아무런 기준 없이 이를 넘겼다”며 “이는 김 씨가 자발적으로 입국 포기를 유도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강압적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항은 정식 구금시설이 아니며, 규정된 건강·위생 관리 기준이 없다. 천식이 있는 김 씨는 환기나 의료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씨 가족 측은 억류 후 처음으로 CBP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 동생을 통한 간접 통화였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설명이나 문서 제공은 여전히 없는 상태다.
김 씨의 어머니는 “작은 아들로부터 형이 이민국 오피스에 갔는데 이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민국으로부터 어떠한 연락을 받은 바 없어 아들이 실종된 줄 알았다”면서 “왜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윌은 항상 성실했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온 아들입니다. 하루빨리 석방돼 연구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나카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김 씨의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며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지금은 헌법이 멈춰 있고, 법적 절차와 인권이 무너지고 있다. 윌 김 씨가 겪은 일은 단지 한 개인의 억울한 일이 아니라 전체 이민자 공동체와 헌법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나카섹은 또 “텍사스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수만 건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나카섹의 다국어 지원 앱은 2만 8천 건 이상 다운로드됐다”며 이번 사건이 특정 인종이나 국적에 국한된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텍사스 10지구) 등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며, 일부 의원실에서는 CBP에 문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진전은 아직 없다는 것이 이민자 권익단체들의 설명이다. 또한 텍사스 A&M대학교 측은 “학교에 직접 문의해 달라”는 미진한 대응만 보이고 있으며 한국 외교부 역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편, 나카섹은 “김 씨의 사례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같은 상황에 놓인 수많은 이민자들의 현실을 대변한다”며 “모든 커뮤니티 구성원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권센터 역시 김태흥 씨의 구명을 위한 온라인 청원 및 전화걸기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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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