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텍사스트리뷴(Credit: REUTERS/Sergio Flores)
-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기후 과학자 “기후 변화가 극한 강수의 배경”
-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 함량이 증가
- 도시화·인프라 노후화·경보체계 실패도 사망자 늘려 …이번 재난의 초기 피해 추산액 180억 달러(약 24조 원) 초과
- 힐컨트리 홍수는 본격적인 허리케인이 아닌 열대폭풍의 잔재(Remnants of Tropical Storm Barry)에 불과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중 텍사스 힐컨트리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참사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 자주, 더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재난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경고가 나왔다.
클라우디아 베니테즈-넬슨(Claudia Benitez-Nelson)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기후 과학자는 “이번 폭우는 우연이 아니다. 이제는 이런 일이 ‘당연히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기후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 함량이 증가하면서 폭우가 더 무겁고, 더 집중적으로 내리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분은 약 7% 증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홍수는 본격적인 허리케인이 아닌 열대폭풍의 잔재(Remnants of Tropical Storm Barry)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낳는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멕시코 해안에서 북상하면서 텍사스 힐컨트리 지역에 정체됐고 이로 인해 대기 상·하층 모두에서 집중 폭우를 유도하는 이상 조건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텍사스주 기후관측관인 존 닐슨-갬먼(John Nielsen-Gammon)은 “과거 텍사스에서 20인치 이상의 강우량이 기록된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열대 지역에서 습기가 북상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6년까지 극한 강우 발생 가능성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산하 클라이마미터(ClimaMeter)는 7월 8일 발표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텍사스 중부의 특징인 건조하고 단단한 토양은 빗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하천과 계곡으로 빠르게 흘러들며 급속한 수위 상승을 유발한다. 과달루페 강이 60분 만에 14피트에서 29.5피트로 치솟았다는 점은 그 위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클라이마미터는 “이번 폭우 직전의 기상 조건은 과거 유사 사례보다 기온이 더 높고, 강수량도 평균보다 약 7% 증가했다”며 “자연적인 변동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화가 있었고 이는 인위적 기후 변화의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다비데 파란다(Davide Faranda) 박사는 “기후 변화는 이제 주사위를 조작하고 있다. 예전보다 더 잦고, 더 강력한 홍수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7%의 강수량 증가는 경고 수준일 뿐 만약 경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주민들이 사전 대비만 했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란다 박사는 “매년 우리는 기후를 더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인프라와 생태계, 인간 사회가 적응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번 재난의 초기 피해 추산액은 180억 달러(약 24조 원)를 초과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기후 변화 대응과 재난 경보 체계의 정비가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