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98% 동일하다. 학계에서는 침팬지와 인간은 700만년 전 대형유인원에서 파생됐다고 한다. 침팬지 폴리틱스라는 책에 따르면 침팬지들은 수컷을 중심으로 서열화 된 권력구조를 갖고 있다. 침팬지 수컷사회에서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해 서열 2위와 3위는 권력투쟁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매우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집단이다. 그럼에도 침팬지가 인간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언어때문이다.
인간의 것과 같은 복잡한 구조의 언어가 없기에 침팬지는 ‘그루밍’, 즉 서로 어루만지는 행동을 통해 의사전달을 한다. 동물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다는 침팬지를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게 만든 요인이 언어라 해도 무방하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여러가지 특징이 있다.
일정한 내용을 일정한 형식으로 나타내는 기호성과 내용을 형식으로 나타낼 때 필연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자의성을 갖고 있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기에 개인이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사회성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성도 있다. 또 언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이것을 우리는 문법이라고 한다. 언어의 특성 마지막은 바로 창조성이다. 언어로 무한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정의한 것이다. 한국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언어의 특성을 정의하자면 이렇다.
여기에 언어의 특징을 하나 더 추가하고자 한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 그 자체다.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가 어떻게 어느 상황에서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언어는 꽃 길을 안내하기도, 지옥을 선물하기도 한다.
언어의 무기화는 잔혹하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한 막말, 수학여행 간다고 신나했을 아이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한 모욕,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예인들을 향해 앗성댓글을 단다. 연예인들의 가족을 향해서도 심한 말을 퍼붓기도 한다.
막말과 모욕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스스로 성장하며 살이 붙는다. 그리고 무차별 인격살인 도구가 된다.
인터넷 상에서만, 마치 다른 세상에 있을 것만 같은, 나와는 다른 곳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관심없다고 단정하기에 막말과 욕설, 비하, 인격모독은 이미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타인을 비하하면 자신이 오른다는 착각 탓일까? 타인을 향한 모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인격살인은 숨죽이지 않는다.
미주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다. 한인사회의 리더라고 자부하는 이들의 거친 언행도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싸울 때는 욕설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욕하지 않으면서 싸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욕설과 폭행은 다르다. 둘 다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지만 전자는 상대를 향한 욕설이고 후자는 타인의 심장을 후벼파는 칼날로 상당한 타격감을 안긴다. 두들겨맞은 영혼이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법집행 기관들은 폭력에 대응한다. 필요하다면 사회적 격리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언어를 사용한 폭력에는 무감각하다. 언어가 비수가 되어 심장에 박힌 이,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 언어폭행을 저지른 가해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마치 아무일 없는 듯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달라스 한인사회의 한 유명인사의 아내도 타인에게 언어로 포장된 칼날을 내리쳤다. 심장에 박힌 비수를 뽑지도 못한 채 공황장애가 올 것 같다는 호소를 들었다.
그의 호소에서 시작된 사고의 연장선에서 내린 결론은 “인간은 어찌됐건 훌륭해야 한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훌륭해야 한다” 이다.
석가모니는 이런 말을 남겼다. “네가 진정으로 너 자신을 사랑한다면, 절대로 다른 사람을 해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