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메이크 아메리카 헬시 어게인(MAHA · Make America Healthy Again)’ 운동이 텍사스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인구 구조와 보수적인 정치 풍토,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그레그 에봇 주지사의 강력한 후원 아래 텍사스는 MAHA 정책의 대표적 실험장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에봇 주지사는 로버트 F.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오스틴 주청사에서 ‘Making Texas Healthier(더 건강한 텍사스 만들기)’라는 표어가 새겨진 책상 앞에서 MAHA 관련 법안 패키지에 서명했다.
이 법안에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매일 30분 이상 신체활동을 의무화하고 의사와 의료 종사자에게 영양학 교육을 필수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학교 급식의 인공색소·첨가물 사용 금지, 식품 라벨링 강화, 저소득층 식품보조(SNAP) 프로그램에서 탄산음료와 사탕 제외 등의 조항도 담겼다.
애봇 주지사는 “텍사스가 다시 한 번 국가의 보건정책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며 “건강한 식습관과 예방 중심의 의료 시스템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텍사스의 건강 현실은 여전히 불균형적이다. ‘마치 오브 다임스(March of Dimes)’가 발표한 2024년 자료에 따르면, 텍사스 카운티의 절반 가까이가 산과(産科) 의료 사막으로 분류됐다.
또한 텍사스 주민의 14%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비만율은 3분의 1 이상, 당뇨병 관련 입원비용은 연간 50억 달러에 이른다. 오스틴대학(UT)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가 “의료비가 가장 큰 부담”이라고 답했으며, 이러한 문제는 민주당 성향의 대도시인 오스틴과 달라스, 공화당 지역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바스트롭 시의 이시마엘 해리스 시장은 “사람들이 더 이상 불평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지방 병원 설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텍사스의 수도 오스틴은 오래전부터 자유로운 사고와 대체의학, 웰니스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꼽혀 왔다. 이곳은 백신 의무화 반대 정치위원회 ‘텍사스 포 백신 초이스(Texans for Vaccine Choice)’가 처음 조직된 곳이며 케네디가 이끄는 비영리단체 ‘아동건강방위(Children’s Health Defense)’ 연례 회의 개최지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팟캐스터 조 로건(Joe Rogan), 건강 인플루언서 ‘리버 킹(Liver King)’, 홀푸즈 공동창업자 존 매키(John Mackey), 웰니스 기업가 오브리 마커스(Aubrey Marcus) 등 건강과 자기계발 분야 유명 인사들이 오스틴으로 이주하면서 ‘MAHA식 웰빙 문화’가 지역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 트래비스 맥코믹은 “MAHA는 단순한 정치운동이 아니라 건강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담론”이라며 “텍사스는 그 실험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MAHA의 영향 아래 일부 주민은 기존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케네디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주장은 이미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반박된 내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오스틴 거주 신생아 엄마 앰버 보기는 “정부가 과학 연구와 보건 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건강 담론이 과학이 아닌 음모론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에서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휴머넛(Humanaut)’이라는 프리미엄 클리닉은 월 300달러의 회원비로 혈장 교체, IV 영양주사, 전신 진단 등을 제공한다. 클리닉 관계자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낡은 진료실이 아닌 맞춤형·세련된 건강관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MAHA가 불신 속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건강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텍사스가 추진 중인 MAHA 관련 입법과 실험이 미국 전체의 건강정책 방향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공중보건 전략가 레카 락슈마난은 “텍사스가 겪는 논쟁과 실험이 결국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의료와 개인 건강권 사이의 균형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스틴 정가에서는 내년 회기에서 불소화 음용수 금지, 자연요법사 면허 신설, 간호사 진료권 확대 등 추가 MAHA 법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가 정치의 예언자였다면, 건강정책의 미래는 지금 텍사스에서 실험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